"고효능·저독성 치료법 개발 … 진행형 유방암도 치료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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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오스 교수

유방암은 가슴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암덩어리를 남긴다. 여성의 상징인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머리카락은 모두 빠진다. 여생은 주위 시선을 의식하며 피폐해진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95% 이상 완치가 가능해 착한 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조금만 늦으면 암세포가 뼈·간·폐로 퍼진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절반은 암 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 최근 진행성 유방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나왔다. 환자의 삶의 질도 높였다. 지난달 28일 진행성 유방암 치료법을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브라질 PUCRS의대 내과 카를로스 바리오스 교수가 방한했다. 바리오스 교수는 유방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참여하는 등 이 분야에서만 20년 이상 연구한 권위자다. 그에게 새로운 진행성 유방암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유방암 환자 발병률과 생존율은.

“미국·서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여성암 1위다. 쉽게 완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라마다 생존율이 다르다. 미국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5%지만 브라질은 50%다(한국은 90.6%, 자료 국립암센터). 이런 차이는 유방암 진단 시기에 달렸다. 선진국 환자는 완치가 가능한 시점에 병원을 찾는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유방암 세포가 폐·간·뼈로 퍼진 상태에서 진단 받는다. 이런 진행성 유방암은 치료가 까다롭다. 기대 수명도 18~36개월에 불과하다.”

-진행성 유방암 환자 비율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50% 정도다. 처음부터 진행성 말기 유방암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5~10%다. 문제는 관리다. 암을 치료한 다음에도 전이 가능성은 남아 있다. 초기에 치료 받은 환자는 5% 이하다. 하지만 2기는 10~20%, 3기는 30~40%에 이른다. 암을 늦게 발견할수록 환자 상태가 안 좋다.”

-유방암은 어떻게 치료하나.

“암덩어리를 최대한 제거한 후 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유방암을 악화시킨다. 유방암 환자 10명 중 6~7명은 호르몬에 반응한다. 에스트로겐을 차단해 암 성장을 막는다. 문제는 내성이다. 시간이 지나면 호르몬에 반응하지 않는다. 암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는 의미다. 최근엔 이런 내성을 막는 항암제(아피니토)가 나왔다. 내성을 유발하는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표적항암제라고 부른다. 호르몬 치료와 병행하면 암 성장을 막는 기간을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

-항암제 치료는 언제 받나.

“암 성장을 막는 최후의 수단이다. 부작용 때문에 환자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항암제 치료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보다 빨리 성장·분열하는 특징을 이용한다. 하지만 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모두 공격하는 단점이 있다. 항암제 투여 1~2주부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백혈구가 줄면서 면역력도 떨어진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감염 위험도 높다. 부작용이 심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표적항암제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 했다.”

-진행성 유방암 환자도 완치될 수 있나.

“앞으로 가능할 것으로 본다. 효능·효과는 좋으면서 독성이 덜한 치료법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혈액암의 일종인 만성골수성백혈병(CML)도 불과 20여 년 전에는 골수이식 외엔 대안이 없었다. 하지만 CML 치료제인 글리벡이 개발된 후 다양한 치료 기회가 열렸다. 진행성 유방암이라고 실망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 받는 게 중요하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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