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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앙숙 두 노조 노조원 숫자 줄자 13년 만에 통합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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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3년가량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하며 앙숙처럼 지내온 국민건강보험공단 소속 두 노동조합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건보공단 전국사회보험노조(사보노조)와 직장건보노조는 지난 3~4일 임원·지역본부장 등 80여 명의 중앙집행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추진 토론회를 열고 이달 말까지 통합 방안을 확정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사보노조는 지역가입자를 기반으로 하며 민주노총 소속이고 직장노조는 직장가입자가 기반이며 한국노총 소속이다. 두 노조는 다음 달 초 조합원 설문조사를 해서 찬성 의견이 많으면 투표를 거쳐 상반기 안에 통합 결론을 낼 예정이다. 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통합할 수 있다.

 2000년 7월 김대중 정부 시절 직장건보와 지역건보가 현재의 건보공단으로 통합될 때 두 노조는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사보노조는 건보 통합을 찬성했고, 직장노조는 조합주의(직장별 또는 지역별 조합단위로 건보를 운영)를 고수하며 통합을 반대했다. 그 이후에도 정책 노선이 달라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

 2011년 7월 한 사업장에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노조가 분화되는 추세다. 건보노조의 통합은 이와는 거꾸로 가는 것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다. 두 노조는 자구책 차원에서 통합을 추진한다. 사보노조 조창호 기획실장은 “몇 년 전까지 신입사원의 60% 이상이 두 노조 중에 한 곳을 선택해 가입했는데 최근에는 3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합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건보노조는 젊은 직원들이 노조활동에 관심을 덜 가지는데다 두 노조의 반목에 등을 돌리고 있어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조합원의 40%가 정년퇴직하는 점에도 위기를 느낀다. 두 노조는 지난해 9월 ‘노노(勞勞)통합위원회’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 왔다. 조 실장은 “통합노조가 되면 회사를 상대로 한 교섭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노조는 통합할 경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서 탈퇴해 당분간 독립노조로 활동하다가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예정이다. 두 노조는 양대 노총의 핵심세력이기 때문에 양대 노총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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