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쓴 미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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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그럴진대 하물며 권력 핵심은 더 그래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의 최근 처신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1일자 관보에 따르면 미래연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지정기부금단체’로 변신했다. 올해부터 6년간 미래연에 기부금을 낸 사람 또는 기업들이 소득공제 혜택을 누린다는 뜻이다. 미래연으로선 모금이 수월해질 터다.

 문제는 지정기부금단체엔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선 “미래연이 선거에서 누구를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과거 안철수재단 때 적용했던 논리다.

 미래연은 그러나 공익법인을 표방한 안철수재단과는 성격이 판이하다. 2010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분명히 하고 결성된 이래 그 본질을 유지하고 있다. 대선 공약 개발이란 광의의 선거캠페인도 주도했다. 이미 입각한 장·차관급만 6명이다. 4일 산은지주 회장에 내정된 홍기택 중앙대 교수도 미래연 발기인 출신이다. 창조경제가 논란이 되자 해명하겠다고 나선 곳도 미래연이었다. 야당에선 ‘대통령 사조직’, 박근혜계에서도 ‘정치단체’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미래연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지정해 달라고 신청한 행위도, 그 요청을 덜컥 수용한 재정부도 사려 깊지 못했다. 특히나 미래연은 결과적으로 대통령 임기 시작하자마자 기부금을 받겠다고 나선 모양새가 됐으니 염치없게 됐다. ‘지정기부금단체인 현직 대통령의 싱크탱크’란 전례 없는 정책적 혜택까지 받아가면서다.

 권력이 있는 곳에 돈도 따라가니 미래연으로선 돈은 모을 수 있을 게다. 그러나 돈 가는 데 잡음도 간다. 박 대통령은 사심 없다고들 말한다. 대통령 주변도 그런가. 자꾸 갸웃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