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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폭력"부활|사창가 등에 스며 세력 확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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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16이후 꼬리를 감췄던 깡패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이들은 지난날 권력의 앞잡이로 행패를 부리다가 5·16이후 서리를 맞아 자취를 감추었으나 이젠 윤락가나 번화가의 구두닦이·극장 앞의 암표팔이 등 밑바닥에 기어들어 법망을 피해 서식해왔다.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서에 일망 타진된 서울 창신동 사창가의 호수파(두목 김병철·30) 일당의 경우에서 이들의 생태가 드러났다.
서울 청계로 6가 청계천 뒷골목, 세칭 호수골목은 윤락 여성들과 구두닦이 등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불량배들의 안식처. 이 속에서 15년 동안 뼈가 굵은 두목 김은 애꾸눈 박영민(22) 「베트콩」 문광빈(18)을 참모로 10명의 똘마니를 키웠다.
이들은 경찰의 눈을 속이는 방법으로 윤락여성의 기둥서방 겸 「펨프」가 된다. 손님이 안들 땐 하룻밤 재미보고 식사도 여기서 해결, 손님을 안내하고 또 돈을 받는다.
이들은 손님들이 잠든 사이 주머니를 뒤져 부수입을 늘리고 때로는 골목에서 들치기나 강도로 돌변, 이 골목을 깡패국으로 만들었다.
두목 김의 정부 이영희(20·가명·창신동 430)양은 갑자기 나타난 김이 자기와 자던 손님을 이유 없이 끌어내 두들기고 주머니를 뒤졌다고 경찰에 귀뜸. 전은자(20·가명)양은 김이 강제로 자기 몸을 빼앗고 친구 김영자(21·가명)양 까지 정부로 만들었고 금년 들어 김에게 빼앗긴 돈만도 2만여 원이라고 울먹였다.
모 이발관 주인 이종원(34)씨는 매달 이들에게 2천원의 세금(?)을 냈다고 호소. 백조양장점 주인 김희남(34·여)씨도 작년 12월 이곳에 이사오자 『신고가 없다』고 김 등 일당이 몰려와 가구·자봉틀을 부수고 옷감을 찢는 등 행패, 『누님이 되라』는 억지에 의누이가 되었더니 석달 동안 2만원의 용돈을 뜯겼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누구에게 호소할 수도 없었다.
결국 김의 의누이 김씨 등 주민들 25명이 이들의 행패에 견디다 못해 경찰에 진정, 모두 쇠고랑을 찼는데 14일 드러난 범죄만도 30회의 폭행, 20여회의 기물손괴, 현금 7만원을 갈 취 등 엄청나다.
이런 예의 깡패는 서울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남대문 시장을 중심으로 영세 노점상인을 등치고 장물 알선을 일삼는 「사브로」파(두목 신재학 등 7명). 소공동 일대의 구두닦이에게 혈세를 받아먹는 「대호(다방)」파(두목 옥중권 등 8명). 무교동 일대의 구두닦이, 「바」·대폿집 등을 무대 삼은 「무교동」파(두목 박성백 등 11명). 「아카데미」극장 골목에서 암표상을 주업으로 다방에 군림하는 「초원(다방)」파(두목 윤종현 등 13명). 용산역 앞 휴가 군인들을 등치는 「용산역」파(두목 이용한 등 32명)와 명동의 「사자」파(두목 신모)와 「종삼」의 「흑사리」파 등등….
호수파의 두목 김의 전과 13번을 필두로 깡패들은 모두 감방맛을 톡톡히 본 자들이라 법망을 파하기 위해 「펨프」나 암표팔이 등 소위 직업인으로 둔갑, 서민층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소탕방법에 대해 경찰은 『이들이 뚜렷한 범행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고작 즉결로 돌릴 수밖에 없다.』니 이들의 효과적인 소탕방법은 없을까.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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