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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마음대로 주는 통술집 제철 음식 20가지 통도 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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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위치

마산시와 진해시를 통합한 경남 창원시에서 만끽하는 봄날의 정취는 특별하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사이를 걸으면서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을 수 있어 좋다. 야구장에서 신나게 응원하면서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밤에는 푸짐한 안주가 한 상 가득 나오는 통술집에 둘러앉아 좋은 사람과 회포를 풀 수도 있다. 눈과 입, 아니 온몸으로 봄을 느낄 수 있는 창원이다.

[꽃속으로] 장복산 산벚꽃은 이제부터 절정

올해에도 벚꽃은 참 얄궂게 피었다. 작년에는 군항제가 끝날쯤 만개하더니 올해는 축제(4월 1~10일)가 시작하기도 전에 꽃망울을 한껏 틔워버렸다. 지난달 말 벚꽃 명소 여좌천변과 경화역의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산벚꽃은 이제부터 절정이어서다. 진해를 감싸고 있는 장복산(582m)과 안민고개는 시가지보다 높아 벚꽃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늦게 핀다.

창원시에서 진해구로 넘어가는 마진터널 주변은 지금 연분홍 물결이 넘실댄다. 진해 중심부로 바로 연결되는 장복터널이 1990년대 후반에 개통한 이후로는 이용객이 뜸해진 옛길이지만 벚꽃이 필 때면 사람들이 몰린다. 노랗게 핀 개나리와 수령 60년이 넘는 커다란 벚나무가 어우러져 장관이다. 마진터널에서부터 시작된 벚꽃터널은 1.5㎞ 떨어진 장복산 공원까지 이어진다.

NC 다이노스는 오는 28일 어린이 팬을 대상으로 배트보이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장복산 공원에는 진해드림로드 진입로가 있다. 진해드림로드(24㎞)는 진해 뒷산들을 잇는 임도(林道)로 봄이 되면 만발한 홍매화·벚꽃·영산홍·철쭉들로 꽃길을 이룬다. 장복산 조각공원에서 시작해 안민고개까지 이르는 구간이 특히 아름다운데, 4㎞ 정도로 넉넉잡아 2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진해구 대야동에서 장복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안민도로(약 5.6㎞) 찻길 옆으로 데크로드가 깔린 산책길이 있다. 고갯길을 걸으면서 진해 시가지 너머 푸른 진해 앞바다 경치를 즐길 수 있다. 밤에는 LED 조명을 밝혀 더 아름답다.

여좌천 옆 내수면 생태공원도 벚꽃 명소다. 내수면 생태공원에는 국립수산연구원 양식어 연구소가 있다. 연구 목적으로 조성한 공원으로 처음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다가 5년 전부터 개방했다. 벚나무는 물론 대나무·팽나무·단풍나무·능수버들·느티나무 등과 산머루·꽃창포·튤립이 공원 곳곳에 피어 있다.

제황산 공원의 진해탑에 오르면 진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속천만에 있는 진해해변공원은 벚꽃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다. 산책길 옆에 소나무와 벚나무를 번갈아 심어놨다. 5일 오후 8시에 진해루에서는 멀티미디어 해상 불꽃 놀이가 펼쳐진다.

군항제 때 꼭 가봐야 할 곳 중 하나는 해군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이다. 군항제 때만 특별히 개방한다. 전 구역이 오픈하는 것은 아니어서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수령 백 년이 훨씬 넘은 수많은 벚나무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다.

[야구속으로] 굿바이, 부산 갈매기 … 이젠 NC 다이노스

창원마산구장에만 있는 평상형 가족석이다. 널찍한 평상에 앉아 두다리 쭉 펴고 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

창원을 본거지로 하는 NC 다이노스는 프로야구팀 막내다.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인사를 드린다. NC의 홈구장이 창원마산구장인데 2011년 창단 후 확 뜯어고쳤다.

낙후됐던 창원마산구장은 이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야구장으로 탈바꿈했다. 빽빽이 있던 의자를 들어내 열 간 사이를 넓게 만들었다. 좌석 앞뒤 사이가 좁은 다른 야구장보다 두 배가량 넓다. 자리를 찾아 가려면 그 열에 앉아있던 사람이 모두 일어나야 하지만 창원마산구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독특한 자리도 많다. 치어리더와 가장 가까운 자리인 응원석(골드경기 기준 1만5000원)은 나무 데크로 만들었다. 서서 응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선수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다이내믹존(골드경기 기준 2만5000원) 좌석을 고르면 된다. 그라운드 쪽으로 툭 튀어 나와 있다. 더그 아웃도 훤히 들여다보이고 대기타석에 있는 타자가 스윙하는 것도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의자가 살짝 마운드 쪽으로 틀어져 있어 몸을 돌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가장 실감 나게 야구를 보고 싶다면 주저 없이 필드테이블석(골드경기 기준 3만5000원)을 추천한다. 1, 3루 쪽 더그 아웃 근처여서 투수가 던진 볼의 궤적까지 보일 정도다. 중앙테이블석(골드경기 기준 3만원)은 전망이 가장 좋다. 앞좌석과의 경사각이 있어 아무리 머리 큰 사람이 앞줄에 앉아도 시야를 방해받지 않는다. 중앙테이블석 위로는 지붕이 설치돼 있어 여름이면 따가운 햇볕도 막아준다.

야구장 재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다. 치킨·피자·분식 등 다른 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는 기본이고 마산야구장에만 있는 특별한 간식도 있다. 1, 3루 쪽 매점에 가면 지역 특산물을 모아놓고 판매하는 상점이 있는데, ‘통영 쥐포’ ‘진해 콩과자’ ‘영주 고구마빵’ ‘보성 녹차’ 등 주변 지역에서 유통되는 간식을 판다. 유니폼, 로고가 박힌 야구모자, 응원용 머플러, 막대 풍선 등 다양한 응원도구는 메인 매표소 옆 판매점에서 살 수 있다.

4월 한 달 동안 홈구장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도 다양하다. 오는 13일 토요일은 ‘다이노스 멤버스 데이’다. 시즌권 회원과 멤버십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가 펼쳐진다. 24일은 ‘직장인 데이’. 인근 지역 직장인들을 초대해 경품행사를 연다. 두산과의 경기가 펼쳐지는 26일의 주인공은 20대다. 막 중간고사를 마친 대학생이라면 창원마산구장에 들러 스트레스를 풀면 된다. 28일은 ‘주니어 다이노스 데이’로 어린이날을 앞둔 아이들을 위한 잔치가 열린다.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야망통술의 기본 상차림. 봄나물·생선구이·홍어삼합·삼계탕·전·산낙지 등 푸짐한 안주거리가 한상 가득이다.

[맛속으로] 복·아귀 … 온갖 먹을거리 모인 마산합포구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통술집과 아귀찜이다.

바짝 마른 아귀가 오동동아구할매집 벽면에 걸려있다

마산아귀찜의 유래는 마치 전설 같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즈음 오동동에는 해장국을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있었다. 하루는 어부들이 흉측한 고기를 들쳐 메고 와서는 버리기 아깝다고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재수 없는’ 생선을 버리라고 손사래를 쳤고 어부들은 담벼락에 아귀를 던져놓고는 가버렸다. 그렇게 내버려진 아귀는 차가운 해풍을 맞으며 말라갔다. 한 달쯤 지났을까 말린 명태처럼 변해버린 아귀를 본 할머니는 된장·고춧가루·마늘 등을 넣고 끓여 아귀찜을 완성했다.

마산 아귀찜의 특징은 한 달 정도 자연 건조한 아귀를 사용하는 것이다. 말린 아귀는 칼슘 함유량이 세 배가 많다고 한다. 아귀 전체를 덮고 있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모두 콜라겐이다. 벌겋게 양념이 된 아귀찜은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잔뜩 고인다. 아귀 살결마다 고루 밴 양념이 씹으면 씹을수록 깊은 맛을 낸다. 경상도 향토음식 명인으로 인정받은 오동동아구할매집의 김삼연(66) 사장은 아귀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한다. 생아귀 살과 내장을 골고루 잘라 넣어 만든 수육은 4만원, 건아귀찜은 2만5000원, 생아귀찜 2만3000원(이상 2인 기준). 055-246-3075.

아귀찜 골목에는 통술집도 많다. 오동동상인연합회 이승일(56) 사무처장은 통술의 어원을 “한 상 통째로 내어준다고 해서 통술”이라고 한다. 해방 전후로 오동동에는 고급 요정이 많이 있었다. 통술집은 이런 요정에서 차려내는 한정식을 따라 상을 차렸다. 일반 손님도 요정 스타일의 한정식을 맛볼 수 있게 한 것이 통술집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갈비찜·갈치구이·삼계탕 등 다양한 음식을 고루 내놨는데, 요즘엔 생선요리가 주로 상에 오른다.

(왼쪽)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에 계속 젓가락질을 하게 되는 아귀찜. (오른쪽)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복국은 역쉬 술꾼들의 해장 메뉴로 적격이다.

통술집에는 메뉴판이 없다. 자리에 앉으면 주인이 알아서 안주를 내온다. 20가지 반찬과 음식이 차례로 상에 오른다. 철에 따라 메뉴가 약간씩 변하는데 봄에는 도다리·미더덕·멍게·가재 등 제철 갯것과 맛깔나게 무쳐낸 봄나물이 주 메뉴다. 깔끔한 음식 솜씨와 푸짐한 인심을 자랑하는 야망통술은 4인 기준으로 한 상에 5만원을 받는다. 술은 소주(5000원), 맥주(4000원)가 있다. 055-247-5433.

다양한 복을 선택해 먹을 수 있는 복요리 거리도 있다. 어시장 인근에 있는데 밀복·까치복·참복·졸복 등 종류에 따라 가격대도 다양하다. 복국·매운탕·수육이 주 메뉴다. 빻은 마늘과 미나리·콩나물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광포복집의 동해밀복국 1만2000원. 055-242-330

글=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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