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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와 홍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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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초고주파(UHF)의 시대에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철의 장막」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가령 전50권의 「소련 대백과사전」을 펴 보아도, 「있었던 사실」에 대한 기록마저 희미하다. 현 수상인「알렉세이·코시긴」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유명한 정치인, 그리고 소비재상』. 당 서기장인 「레오니드·브레즈네프」에 관한 기록은 아예 없다.
모택동도 그 「백과사전」은 『소련과 중공의 영원한 우정을 유지시켜 주는 지도자』라고 터무니없는 설명을 하고 있다. 요즘은 좀 안됐던지, 소련의 당 중앙회의는 긴급명령을 내려「개정판」에 착수했다지만 그것도 1974년에나 발간된다니 딱하다. 하물며 장막 속의 동태를 알 수 있는 길은 캄캄하다.
어디엘 가도 세계의 기자들을 위한 「기자실」은 없다. 얼마 전 중공의 홍위대 기사가 쏟아져 나왔던 것은 마침 일본신문들의 특파원 9명이 현지에 특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엔 홍위대 보도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중공은 조용해 진 것일까? 일본언론계에 소문이 나기로는 중공 주재 일본 기자들의 「비자」 유효기한이 3월로써 끝이 나는 모양이다.
중공측은 더 연장시켜줄 의사가 없다는 얘기도 있다. 하긴 「홍위대의 난동」은 중공의 약점과 치부를 폭로시켜주는, 중공으로서는 「쓰디쓴 보도」였을 것이다. 중공이 『공식발표만 보도하든지, 아니면 출국하든지』를 일본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속셈은 어렵지 않게 넘볼 수 있다. 무슨 타협이 이루어지기 전엔 결국 NHK와 공동통신만 중공에 겨우 남고, 나머지 특파원들은 「쫓겨날」 형편이라고 한다. 사실은 「홍위대」가 잠잠해진 것이 아니라, 보도가 잠잠해진 것도 같다.
중공을 바라보는 창이 침침해 졌으니 말이다.
「친모」·「반모」의 『으르렁거림』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은 외신의 편편을 모아 보아도 짐작이 간다.
어쩌면 작년 가을이래, 그 싸움은 여전히 작렬하고 극렬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넓은 대륙의 평야를 이 좋은 계절에도 팽개쳐 두고 으르렁거리는 것을 보면 심상치 만은 않다. 문을 꽝꽝 닫아걸고 그 속에서 쿠당탕 거리는 것을 연상하는 것은 짐짓 희화를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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