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민주주의|성대 주최 「한국의 정당」심포지엄|정치의 제 문제 - 김경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차전후 신생국 정치는 미소 양 대국의 영향 밑에 있었다. 1948년 대한민국 수립과 더불어 좌익계는 소멸하고 정당의 이념상의 대립세력은 없어졌다. 따라서 우리 나라 정당은 출발에 있어 이념정책보다 권력을 위해 싸우는 투쟁조직으로 됐다. 권력이 목적이고 정당은 권력쟁취의 수단화한 것이다.
한국의 초기정당이 정책대결 아닌 인물중심으로 조직됐기 때문에 지지개발에 있어서 대립정당의 중심인물의 제거가 권력투쟁의 지름길로 되었다. 8·15이후 정적숙청의 되풀이, 관제민의 동원 등은 모두 이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제도만은 민주정치이므로 선거가 부득이 했고 무궤도한 권력투쟁은 선거를 부정선거로 몰고 갔다.
이러한 선거의 실제와 정당의 정책빈곤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선거에서 가치부여의 시기에는 여당에, 가치박탈의 시기에는 야당에 투표하게 마련이다. 즉 집권당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시기가 선거인 것이다. 따라서 정당은 세밀한 정책의 제시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식의 구호로 족한 것이다.
건국 초의 여당은 이 박사의 권력의 기초가 됐고 이 박사의 총애를 받지 못하는 인물이 중심으로 야당이 형성됐다는 사실이 한국 정당의 불행한 출발이다. 이리하여 정당은 있어도 정당정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편 야당도 정권에 집착해서 출발한 나머지 정책 대립자에 대한 대립이 아니라 정권경쟁자에 대한 증오를 가져왔다. 정권을 놓는 것은 사활의 문제이므로 여야의 대결은 극한을 치닫고 정치적 보복의 우려는 평화적 정권교체를 기대하기 어렵게 했다.
여·야의 이러한 대립 상쟁과 공감의 결여는 정국의 안정은 가져온다 해도 정치의 안정은 바랄 수 없게 했다. 이것이 제3공화국의 여·야 대결의 모습이다. 전근대적인 인물중심의 선거조직을 탈피하고 산업의 성장과 근대화를 뚜렷한 이념과 방안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이야말로 우리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인 것이다. <성대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