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 거목 척 존스 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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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라더스 만화의 유명한 주인공들인 로드 러너, 와일 E. 코요테, 페페 레 퓨 등을 창조해낸 척 존스가 지난 22일(현지시각) 향년 89세로 타계했다.(오렌지 카운티 검시소 발표)

그는 자택에서 지난 20년간 그와 함께 한 아내 마리아가 지켜보는 가운데, 출혈성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그는 부유했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할 만큼은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라고 올해 39세인 손자 크레이그 카우센은 말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그의 조부와 함께 미술 사업을 해 왔다.


척 존스가 그린 유명한 만화 주인공들

와일 E. 코요테와 로드 러너
"삡 삡!" 영리한 로드러너와 서투른 솜씨로 그를 잡으려는 와일 E. 코요테의 쫓고 쫓기는 추적전은 1949년 존스가 감독한 "패스트 앤 퓨리어스 "(Fast and Furry-ous)에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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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워너 브라더스 TV 네트워크의 마스코트가 된 이 노래하는 개구리는 1955년 존스가 감독한 '개구리의 저녁'(One Froggy Evening)에서 처음 등장했다.

벅스 버니
"안녕하신가, 의사선생?"이라는 인사말을 유행시킨 이 약삭빠른 토끼는 1940년 '야생 토끼'(A Wild Hare)라는 만화를 통해 데뷔했다. 존스와 다른 4명의 만화가들이 이 토끼 친구를 만들어냈다.

대피 덕
항상 포키 피그를 골탕 먹이는 대피 덕은 1937년 태어나, '포키의 오리사냥'에서 처음으로 그만의 독특한 말투를 선보였다. 존스와 다른 4명의 만화가들이 이 흥분 잘하는 오리 친구를 탄생 시키는데 참여했다.


1912년 9월 21일 워싱턴 주 스포케인에서 출생한 존스는 할리우드에서 성장했고, 그 곳에서 희극 무성영화 엑스트라 아역배우로 활약하면서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감독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존스는 로스앤젤레스의 취나드 예술 대학 -현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을 졸업한 후 거리에서 연필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했다. 1932년 그가 당시 막 시작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처음 가진 직업은 셀-동화(動畫)를 그리기 위한 셀로판-을 닦는 일이었다.

“척은 자신이 감옥에 가서도 계속 닦기만 할 것으로 생각했다.” 라고 크라우센은 말했다.

4년 후 그는 레온 슐레징어 스튜디오의 애니메이터가 되었다. 이 스튜디오는 후에 워너 브라더스사에 합병되었고 존스는 그곳에서 루니 툰스와 메리 멜로디스 만화를 그리는 팀에 합류했다. 현재 AOL 타임워너사가 워너 브라더스와 CNN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25세 때 최초로 '야경꾼'이라는 작품을 감독, 발표했다. 이 6분짜리 만화영화에는 5000장의 도화가 쓰였다.

그후 그는 MGM 스튜디오로 이적해 새로운 '톰과 제리'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 후 장편 만화영화 '팬텀 톨부쓰'(The Phantom Tollbooth)를 공동으로 시나리오 집필·감독 했고, '다트와 라인'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는 60년간 활동하며 피바디 상과 두개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닥터 수스의 ‘어떻게 그린치가 크리스마스를 훔쳐가게 되었는가? '를 포함한 300여 편 이상의 만화영화 작품을 만들어냈다.

존스는 "애니메이션은 삶의 허상이 아니라 그 자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존스는 만화의 기술적 수준과 상관없이 각 작품의 캐릭터 개발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겼다고 카우센은 말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을 뻐드렁니 난 것으로 묘사한 만화라든가, 정글에서 살고 있는 ‘깜보(inky)'라는 이름의 작고 검은 소년 등 특정 민족 및 인종의 묘사가 근래 논란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존스는 이점에 대해 어떤 후회도 없었다고 그의 손자 크라우센은 말했다.

"그는 당시 시대가 그러했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크라우센은 말했다. "그는 그렇게 그리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것은 역사의 일부분이었고 그는 어떤 인물도 열등하게 묘사하지 않았다."

2년 전 존스는 척 존스 재단을 설립해 고전 만화와 작품들을 복원, 유통시켜서 그 수익금으로 장래가 유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장녀 린다가 운영하는 린다 존스 엔터프라이즈사의 성명에 의하면 추도식은 뉴포트 비치에서 가족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 그리고 세 명의 손자들이 있다.

LOS ANGELES, Californi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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