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 공급 며칠만 끊겨도 공장 가동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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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북측이 남측 인력과 원자재까지 동시에 차단한 건 이례적”이라며 “입주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며칠만 자재 공급이 끊겨도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북한이 남측 인원의 입출경을 통제한 건 서너 차례 있었지만 자재 유입까지 금지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북한은 2009년에도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을 빌미로 남측 인원과 원자재 반입을 차단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당장 조업 차질이나 중단을 걱정하는 곳도 많다. A입주업체 관계자는 “오늘 내로 공장 보일러용 가스를 올려 보냈어야 한다”며 “근로자가 출근해도 보일러를 못 켜면 공장 가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내 재고 부족을 호소하는 업체도 있다. B입주업체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재고가 일주일치밖에 없다”며 “원자재 반입 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곧 중단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업체는 개성공단에서 2200명의 직원을 고용해 바지나 블라우스·셔츠 등 하루에 5만8000여 벌의 의류를 생산한다. 하지만 현재 개성공단 내 자재창고에 원사나 단추·지퍼 같은 재고가 일주일치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공장이 정상 가동돼도 남측 관리자가 부족해 품질 관리에 비상이 걸린 곳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로만손시계 김기문 회장은 “개성공단에서 시계 생산량의 절반을 만든다”며 “공장을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엄격한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량품이 생길 수 있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동양식품 최광해 사장은 “공단 내 식당인 개성관에 일주일치 식자재 2.5t을 올려보내지 못했다”며 “다른 식당이 있긴 하지만 장기화되면 근로자들이 밥도 못 먹는다”고 우려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정부에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입주 기업 관계자는 “입주 기업 대부분이 규모가 작아 상품을 제 때 납품하지 못하면 자금줄이 막히는 곳이 많다”며 “정부가 개성공단만큼은 하루빨리 정상화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입주 업체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패쇄될 경우 정부가 조달한 2조3600억여원의 조성비를 비롯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전력공사·KT 등의 기반시설비 3600억원, 입주 기업 시설투자금 3700억원, 협력업체의 피해액까지 총 6조원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장정훈·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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