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은퇴자 ‘사회공헌 일자리’ 1000개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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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자 학원을 20년간 운영하다 은퇴한 이경복(78·오른쪽)씨가 2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 ‘한서지역아동센터’에서 KT의 ‘IT서포터스’로부터 배운 아이패드를 활용해 아이들에게 한자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KT]

KT가 은퇴자들이 제2의 삶을 찾고, 이들의 경험을 사회가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 일자리’ 지원에 나선다. 앞으로 3년간 1000명의 은퇴자를 전문 강사로 양성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이 전국에 걸쳐서 은퇴자의 재능 나눔과 일자리 지원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T는 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3년간 총 10만 명의 은퇴자들에게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을 하고, 1만 명에게 재능 나눔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1000명의 은퇴자를 전문강사인 ‘드림티처’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KT는 은퇴자 재능 나눔 프로그램인 ‘시소’를 도입하기 했다. 시소 프로그램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은퇴자들에게 60시간의 전문 정보기술(IT) 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취약 계층 및 교육기관·지자체·비영리조직(NGO) 등 여러 수요처와 이들을 연결시켜 일자리를 찾도록 도와준다. IT 교육은 전담 직원 200명으로 구성돼 7년째 IT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는 KT의 사회공헌팀인 ‘IT서포터스’가 맡는다.

 최재근(사진) CSV(공유가치창출)단 전무는 “IT 나눔 활동을 하면서 많은 은퇴자들이 버리기엔 아까운 재능을 활용할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모습을 봐 왔다”며 “사회 곳곳에서 이들의 재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양쪽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재능 나눔터, 시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30년간 KT에서 일하다 은퇴 후 새 인생을 시작한 이덕신(59)씨가 시소를 통해 일자리를 찾은 사례다. KT 측은 최근 서울 잠일초등학교에서 ‘창의체험학습’ 시간에 강의를 해 줄 강사를 찾는다는 요청을 받아, 이씨에게 연결해 줬다. 살아 있는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교육훈련 부문 경력만 15년인 이씨가 적임자였다. 그는 “‘꿈을 이루는 경제 이야기’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끝나고선 팬 사인회가 벌어질 정도로 아이들이 좋아했다”며 “내 평생의 지식과 경험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데 쓸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은퇴자들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를 연결시키기 위해 7월 말까지 멘토와 멘티 사이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은퇴자 2만 명에게 IT 교육을 실시하고, 2000명에게 재능 나눔의 기회를 제공하며, 200명의 전문강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들 전문강사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KT문화재단은 스마트폰 및 게임 과몰입 예방, 올바른 인터넷 이용법 등 사내 교육과정의 강사로 10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KT는 아울러, 서울 광화문 사옥 등에 은퇴자들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하기로 했다. 은퇴자들이 주축이 되어 협동조합을 설립하되, KT는 법률 자문이나 관련 비용 지원 등에 나서는 형태다. 최 전무는 “KT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은퇴자들의 재능 나눔을 돕고, 사회공헌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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