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롯데캐슬 알바트로스 견본주택. 아침부터 걸려오는 문의 전화에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합동분양 때 청약 3순위까지도 미달돼 선착순 청약을 받던 곳이다. 이 아파트 권소혁 분양소장은 “양도세 면제 시행 시기가 불투명해 아직 계약까지 진행되진 않고 있지만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내 집 마련 계획이나 큰 집으로 갈아탈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분양시장을 주목할 만하다. 4·1 대책이 침체한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여건은 확실히 좋아지기 때문이다.
당장 연말까지 9억원 이하 미분양 주택이나 신규 분양 주택을 사면 양도소득세가 5년간 감면된다. 예컨대 집이 없는 사람이 3억원짜리 84㎡형(이하 전용면적)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5년 뒤 4억원에 되팔 경우 취득세(1%·400만원)를 제외한 9600만원의 차익 중 1326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연내에 이 집을 사면 양도세의 20%인 농특세 265만원만 내면 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는 취득세까지 아낄 수 있다. 다원세무회계사무소 황성욱 세무사는 “내 집 마련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면 연내 사는 게 세테크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 결과 전국 2만9000여 가구가 연내 입주하는 분양가 9억원 이하의 미분양이다. 4월 이후 신규 분양 예정 물량도 전국 17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만3000여 가구가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수도권에서 나온다.
도로·학교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서울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지다. 하지만 이들 인기 단지는 지금보다 청약 당첨 확률이 내려갈 것 같다. 유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을 막았던 청약가점제 적용 대상이 축소돼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옮기려는 갈아타기 수요 등의 유입으로 청약 경쟁률이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이 없는 실수요자라면 연내 입주하는 미분양 단지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분양 단지는 특히 취득·양도세 혜택 외에 분양가 할인 등 건설회사가 주는 각종 금융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입주한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죽전 한화꿈에그린 아파트는 분양가가 최초 대비 최고 15.9% 저렴하다. 4월 입주하는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전농 크레시티는 계약금이 분양가의 5%에 불과하고 중도금 20%를 무이자로 빌려준다. 부동산컨설팅회사인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미분양은 중도금 무이자 등의 혜택이 있어 신규 분양 단지보다 자금 부담이 작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유주택자 등 청약가점제상 점수가 낮은 수요자도 인기 단지 청약에 적극 나서볼 만하다. 당첨 확률이 지금보다 최고 두 배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취득·양도세 시행 시기를 봐 가며 움직이는 게 좋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4·1 대책에 따른 주택시장 활성화를 기대한 시세차익보다는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청약가점제 신규 분양 주택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2007년 9월 도입한 제도로 ▶무주택 기간(32점) ▶부양 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점수로 환산해 점수가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한다. 유주택자는 아예 1순위로 청약할 수 없고, 현재 85㎡형 이하 중소형은 분양 물량의 75%, 85㎡ 초과 중대형은 50%에 청약가점제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