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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보건의 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서울대 보건진료소 당국이 밝힌 올해 서울대학교 신입생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의견서는 각계에 비상한 충격을 주었다.
작보된 바와 같이, 올해 서울대 신입생들의 신체전반에 걸쳐서 실시된 종합적인 건강진단결과에 의하면, 2천2백97명의 신입생 중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자는 총수의 20%에도 미달하는 한심한 실정에 있음이 밝혀졌던 것이다.
특히 이보고서가 지적한 것을 보면 전체 신입생 중 26.2%에 해당하는 6백여명의 학생은 극도의 근시인 시력 0.4이하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그밖에도 이 보고서는 당장에 치료를 요하거나 수학상 큰 지장이 있을 것으로 진단된 결핵환자 및 안정가료 필요자가 전체학생의 4.3%나 되는 1백8명에 달하고 있음도 아울러 밝혔던 것이다.
서울대 신입생에 관한 이와 같은 종합진단의 결과는 평소부터 식자 일반이 크게 우려하고있던 현저한 국민체위 저하 현상을 여실히 실증하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학교보건 문제 내지는 전반적인 국민체위향상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큰 경종을 울린 셈이 된다.
전기한 조사 결과 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신입생들은 남녀 할 것 없이 대체로 평균신장에 있어서는 일본의 동연배 학생보다 약간 크지만, 이에 뒤따라야할 체중과 흉위 등에 있어서는 오히려 모자란다는 사실이 아닐까싶다. 이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최근 수년래 우리나라에는 「입시허약체」가 아래로부터 위까지 증가 일로에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경향은 지난 65년 말에 실시된 서울시 국민학교 아동들의 종합 신체검사 결과에 의해서도 이미 명백하게 예측된 사실이었다. 당시에 실시된 국민학교 6학년 아동들(만11세)의 평균신장, 체중, 흉위 등을 동연배 일본 아동들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아동은 남학생의 경우 신장은 7.1「센티미터」, 체중은 3.8「킬로」, 흉위는 1.5「센티미터」씩 각각 낮고 여학생의 경우다 각각 그 정도의 차이를 나타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학교 입학당시(만7세)에 측정한 체위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키·몸무게·가슴둘레 할것없이 모두 동연배의 일본 어린이들을 앞서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선천적인 체격상의 차이로 보나, 해방전의 통계로 보나, 대체로 일본 아동들에 비해 훨씬 좋은 체위를 가지고 있던 우리 어린이들이 이처럼 전반적인 체위저하현상을 나타내고있는 이유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음을 안다. 국민소득의 현저한 차이와 큰 성과를 거둔 분식장려운동을 통한 식생활개선의 보람이 일본 아동의 체위를 급격하게 향상시킨 것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나라 아동들과의 체위 및 체력격차를 이토록 현저하게 한 것은 지나친 과외공부 및 각급 학교 교육과정에 있어서의 균형을 잃은 보건교육의 소치임을 관과하지 못할 것이다.
고달픈 과외수업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시험 등쌀에 오금을 못 펴고 사는 어린이들의 체위가 향상될 수는 없을 것이며 더군다나 한 번도 제대로의 정서교육을 받을 수 없는 그들에게 정상적인 신체 및 정신의 발육을 기대한다는 것은 오히려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입시제도의 개선과 학교보건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시정책이 우리나라 교육에 있어서의 무엇보다도 시급한 당면과제임을 지적하는데 조금도 주저치 않는다. 다행히 지난 1월 국회문공위를 통과한 학교보건법이 하루 속히 발효하여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관리, 국민학교 아동들에 대한 효율적인 학교급식, 양호교사 및 학교의제도의 전면적인 쇄신이 급속히 이루어 질 것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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