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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도라산역 연설전문]

중앙일보

입력

존경하는 부시 대통령 각하,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먼저, 긴 여정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곳 도라산역을 방문해주신 부시 대통령 각하와 일행 여러분에게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분명히 기차역입니다. 그러나 이름만 기차역일 뿐, 북적대어야 할 인파도 화물도 없습니다. 잠자고 있는 역입니다. 휴전선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이 모습은 바로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의 현장입니다. 멈춰 선 기차, 끊어진 채 녹슬어가고 있는 철도, 이 모든 것이 반세기 남북분단의 현실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있습니다.

독일 통일은 이미 10여년 전에 이루어졌고, 동서간의 이념대립도 종말을 고했습니다. 그러나 유독 우리 한반도에는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냉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냉전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뿌리내리기 위해 일관되게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햇볕정책의 목표는 확고한 안보의 기초 위에 우선 남북간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이루자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장차의 평화적 통일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 각하와 미국 정부는 전 세계와 더불어 우리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 주었습니다. 우리 한 미 양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함께 지켜온 혈맹의 우방입니다.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국 정부의 협력과 공헌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양국간의 공고한 협력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속될 것임을 나는 휴전선을 앞에 둔 이 도라산역에서 선언하는 바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

이곳 도라산역은 또한 희망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14㎞의 철도만 더 이으면 남북한이 육로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기차가 평양을 거쳐 압록강까지 달려갈 수 있습니다. 남북간의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인적 물적 교류가 획기적으로 일어날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길이 하루속히 열려 남북에 있는 1천만 이산가족들이 이 열차를 타고 왕래하며 고향과 혈육을 찾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 철도는 다시 중국이나 시베리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됩니다. 휴전선에 가로막혀 사실상 섬으로 남아있던 우리 한국이 유라시아대륙 전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물류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남북간의 철도 연결은 이처럼 남북관계의 진전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적 미래의 융성이 걸린 중요한 사업입니다. 부시 대통령 각하의 깊은 관심과 협력에 힘입어 민족의 희망의 길이 하루속히 열리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주도해오신 각하께서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한 지도자로서 한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북한 정권이 우리의 진지한 대화 제의에 하루속히 호응해올 것을 충심으로 바라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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