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청와대의 지난달 30일 대국민 사과는 박근혜 정부 출범 33일 만에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지 않고 비서실장 명의로 낸 사과문이었지만 역대 정권의 대국민 사과 사례와 비교하면 가장 시점이 이르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993년 12월 “대통령직을 걸고 쌀 시장 개방을 막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게 시초다. YS는 임기 종반인 97년 2월 아들 현철씨가 한보 비리에 연루돼 구속수감되자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며 또 사과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집권 초반인 99년 6월 ‘옷 로비’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DJ는 그 뒤로 조용하다 임기 막판인 2002년 3월 최규선 게이트가 터지면서 세 아들의 비리에 대해 사과성명을 냈고, 6월엔 대국민 사과 성명을 직접 낭독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워낙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잦아 정확한 횟수조차 헤아리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93일 만인 2003년 5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생수회사 장수천 투자 문제와 관련해 “주변사람들이 관계된 의혹들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첫 사과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만 측근 안희정씨의 나라종금 로비 의혹,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자금 수수 등과 관련해 4건의 유감 표명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두 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고, 2005년 시위농민 사망사건,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 때도 또다시 사과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취임 87일 만인 2008년 5월 22일 촛불시위 때문에 국민에게 처음으로 머리를 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 친·인척 비리에 대해 사과한 것까지 재임 중 모두 6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청와대의 대국민 사과는 타이밍이 생명이다. 선제적으로 여론을 다독거리지 못하고 여론에 역행하거나 떼밀려 내놓은 사과 성명은 역효과를 낸 경우가 많았다. 탄핵 정국 때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의 사과 요구를 계속 거부하다 탄핵 당일에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야당은 “진정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YS의 현철씨 사과나 DJ의 옷 로비 사과 등도 논란 초기에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뒤늦은 대국민 사과가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이번 청와대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의 진심 없는 대독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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