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 원수 우의의 교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봄을 재촉하는 비가 줄기차게 내리는 3일 하오 4시 30분 방한 이틀째를 맞은 「뤼프케」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에 없었던 한·독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청와대 신관에 도착, 현관에서 박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3층에 마련된 회의실에 들어갔다.
청와대 당국은 이 귀한 손님을 맞기 위해 며칠 전부터 철창으로 된 담장을 산뜻하게 칠하고 겨우내 잠겼던 분수가지 틀어놓아 만반의 준비.
정상회담이 열린 3층 회의실에는 한·독 양측 대표들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회의장에 들어선 두 대통령은 인사를 마치고는, 박대통령의 집무실에 통역관만을 데리고 들어가 40분 동안이나 단독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다음 「스케줄」인 중앙청「리셉션」관계로 실무자가 합석한 회의는 충분히 갖지 못한 채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박대통령은 「비쉬네브스키」경제협력상을 보자 다시 악수를 나누면서 『당신의 직책이 협력하는데 있으니 우리 한국과 잘 협력해달라』고 「조크」.
○…이날 저녁 6시 30분 중앙청 「홀」에서 열린 「리셉션」에서는 힌 「타이」에 「택시드」대훈장을 가슴에 찬 양국 대통령 및 7백 여명의 내외 귀빈이 모여 한·독 양국간의 우의를 다지면 환담.
양국 대통령 내외는 대통령 찬가가 해군 실내악대에 의해 은은히 연주되는 가운데 박수를 받으며 입장, 「리셉션·라인」에 서서 정 총리내외를 첫 손님으로 전 각료·주한외교사절·여야국회의원·각계대표 순 으로 모든 귀빈과 악수, 인사를 교환.
○…이날 저녁 육영수 여사는 봉황무늬를 수놓은 은색한복에 비취목걸이 차림이었고 「뤼프케」대통령 부인은 짙은 초록색 「드레스」에 「밍크」목도리 차림.
「뤼프케」대통령내외는 전 서독대사 손원일씨 내외를 맞자 매우 반가운 듯 잠깐 동안 지난 일을 물어보며 다정한 대화를 나누기도-.
보리수 들장미 「로렐라이」 등 독일민요와 아리랑 도라지 몽금포타령 등 한국민요가 해군실내악대에 의해 흥겹게 연주된 이날 「리셉션」에는 최두선 곽상훈씨와 나용균 고흥문 김영삼 한건수 한통숙 조윤형 유치송 박한상 김형일 김운근씨 등 야당 의원도 참석.
○…이날 저녁 7시부터 중앙청 식당에서 베풀어진 「스테이크·디너」에는 1백20명의 제한된 인사만 참석.
「뤼프케」대통령 내외는 밥과 국, 그리고 신선로·구절판·갈비찜·다시마 등 순 한식만찬 뿐 아니라 특별 명주인 삼학 청주와 과실주를 즐겨 들기도-.
국화와 「카네이션」이 장식되어 꽃향기로 가득 찬 이 만찬회장에서 「뤼프케」대통령은 한민족의 환영에 거듭 사의를 표하면서 「라이프니쯔」·「크리스티안·볼프」·「헤르츠」·「괴테」등 독일 철학자를 인용해가면서 동양문화에 찬사를 보내고 한·독간의 문화교류증진을 역설.
어색한 듯 조심스러운 젓갈 질에 때때로 정종 잔을 기울인 「뤼프케」대통령은 『한국은 독일의 「구텐베르크」보다 2백년이나 앞서 활자를 발명했다』고 한국문화를 칭찬하는가 하면 『동방에서 유래한 많은 것들이 수 천년을 쌓아온 미와 선과 위대함이 우리의 언어로 충실히 표현 될 때…우리의 소망은 날로 더욱 샘솟네』라는 「괴테」의 시를 읊어 감명을 주기도.
이날 「메뉴」는 밥·완자탕·신선로·김치·편육·튀각·구절판·전육·갈비구이·나물·닭찜·감자 단자 등이었고 음료로는 오미자화채, 홍삼차등으로 모두 19가지.
○…한편 이 날밤 공식 비공식 수행원과 수행기자 환영 비공식만찬에서는 인기가수 유현용군(어머니가 독일인)과 윤복희양이 멋진 독일민요를 불러 절찬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하오 3시 15분 국회를 예방한 「뤼프케」대통령은 이효상 의장으로 부터 장형순·이상철 두 부의장, 김종필 공화당 의장, 현오봉 운영위원장 및 여·야 원내총무들을 소개받자 『우리 독일에는 지금 연립정부를 수립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가 없다』고 한마디.
그는 특히 김종필씨가 「국토통일」이라고 슨 액자를 선물하면서 자신이 직접 써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수를 잘 놓는 분이 수놓은 것이라고 설명하자 『한·독 양국은 다같이 국토분단의 비운에 있으므로 하루속히 통일이 오기를 바란다』고 답변, 좌 중은 잠시 엄숙해졌다. 이날 야당을 대표한 김영삼 총무는 자수정이 박힌 「티·스푼」 두「세트」를 선물, 「뤼」대통령은 한국에는 자수정 공예품이 특히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매우 흡족한 표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