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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벼랑끝에 선 한국농업 … 돌파구는 '벤처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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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농업은 공급과잉과 급속한 시장개방으로 존립이 더욱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UR협상 타결(1994년) 이후 농산물 수입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농산물 수입자유화 현황을 보면 지난 93년 90.7%에서 2002년에는 98.8%로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2004년으로 예상되는 쌀 시장의 개방과 겹쳐 한국 농업은 심각한 가격폭락과 소득저하가 예상되고 있다.

수입농산물의 급증은 국내 농산물의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을 초래, 이로 인해 농가수지가 악화되고 결국 농가부채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오른 반면 국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상당수의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지난해 농민들이 부채 탕감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에 나설 정도로 한국 농업은 위기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농가부채는 2000년 말 기준, 27조9천5백억원에 이르며, 가구당 부채 규모는 2천20만원이다.

이같은 농업의 취약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 수십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이다. 60년대 이후 GDP 대비 농림어업 비중은 38.7%(61년)에서 4.6%(2000년)로 줄어들었으며, 식량자급도는 93.9%(65년)에서 29.7%(2000년)로 줄었다. 농촌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생산활동이 위축되고 농촌사회가 공동화(空洞化)되었다. 또한 정부의 일방적인 지원위주 농업정책, 정치권의 인기영합 행태가 결과적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정부는 92년부터 98년까지 농어촌 구조개선 투융자사업에 42조원이 투입되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처럼 농가경제 기반이 침하하면서 도시와 농촌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94년의 경우 농가소득은 도시가구의 99.5%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80.5%로 확대됐고, 2005년에는 소득격차가 75%까지로 벌어질 전망이다. 반면 일본은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보다 20∼30% 정도 높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쌀’ 이다. 최근 쌀 생산농가는 재고 증가와 수입자유화 여부, 쌀 가격 향상의 둔화, 소비량 감소 등으로 인해 쌀 생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60대 농민이 쌀 재고로 벼 수매를 거절당하자 늘어나는 부채 고민으로 농약을 먹고 자살하기도 했다.

UR협상 타결 이후 쌀 산업은 구조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자생력 확보 및 정부 보호를 통한 현상유지 속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책기조가 지속될 경우, 2005년으로 예상되는 쌀 시장의 개방과 겹쳐 한국의 쌀 산업은 심각한 가격폭락과 소득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쌀 산업의 불안이 지속될 경우 우리 농업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쌀 소득이 농업소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우리 농업에서 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쌀 소득이 농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2%이고,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수준에 이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농업은 과거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WTO 체제가 성숙되고 세계 경제가 무역 자유화를 통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세계 농업은 보다 개방된 시장에서 경쟁체제로 돌입할 것이며, 각국의 농업 부문도 경쟁에 입각한 국제분업 및 전문화 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뉴라운드 농업협상,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중국의 WTO 가입 등이 우리 농업에 위협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농업 및 다른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 농업도 비즈니스 마인드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다행히 국내 농업의 척박한 환경에서 벤처형 농업의 새로운 싹이 돋아나기 시작하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창의력에 기초한 벤처형 농업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조건보다는 농업 종사자의 경영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생명공학·디지털·디자인·관광산업 등 첨단기술 및 주변의 성과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면서 마케팅과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농업도 수익을 창출하는 비지니스모델이 됨과 동시에 농업의 프론티어가 확장되고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민승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농업벤처로 가능한 분야는 작물에서 부터 식품가공·유통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많다”며 “특히 유전자 조작·질병 예방 의약품·동식물 육종·신품종 개발·인공종자 등의 작물 분야는 유망한 농업벤처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 연구원은 또 “건강기능성 식품·유기농 브랜드 쌀·전자상거래 및 농업 정보·신선유통기술 등 식품가공 및 유통 부문에서 활발히 벤처화가 시도되고 있는 추세이며, 농촌과 연계한 관광·지역정보 서비스 사업도 시도해볼 만한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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