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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가로지르는 금강, 100년의 기적을 일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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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읍 일대 금강에 세워진 백제보(百濟洑) 야경. 2011년 10월 개방된 백제보는 총연장 311m, 높이 7m 규모로, 보 위에는 도로(680m)와 소수력발전소를 설치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출범은 역사적 필연이자 금강의 기적 100년을 이끌 혁신의 공간이다. 조선조 이래 600년 이상을 지켜온 서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고유한 문화와 풍부한 역사물을 보유하고 있는 값진 땅이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무학대사의 예견처럼 서울의 기운은 쇠약해지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울은 1960년대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잘사는 나라 대한민국을 50년 넘게 지탱해왔다. 그런데 90년 말 외환위기를 겪고 난 이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불 수준에 머물며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 이유가 경제발전은 물질 못지않게 정신이 중요한데 신뢰와 규범을 중시하는 사회적 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이제 국가의 기운을 새롭게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많은 국민의 바람이고 염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희망의 땅으로 충청지역을 주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종시를 가로지르는 금강이 100년의 기적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일찍이 무학대사는 계룡산 아래 신도안을 900년 도읍으로 예견했고, 선조 때 겸암 유운룡은 계룡 4부론을 주창한 바 있다. 대원군, 박정희 대통령이 수도이전을 꿈꾸었던 곳도 다름 아닌 충청지역이었다. 조선시대까지 충청지역을 ‘열심히 밭을 갈고 순박한 풍속을 지녔으며, 그 인심이 후한 곳’이라고 넉넉한 점수를 주었으며, 이 고장에는 선비들이 독서를 숭상하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평하였다. 특히 대전광역시, 충남·북은 삼한시대부터 마한지역에 포함되어 동일한 역사문화권을 형성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과 전통으로 인해 충청권은 행정구역의 분리에도 불구하고 지역 간 밀접한 기능적 연계와 교류를 지속하고 있어 여전히 동질적인 공간단위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은 수도권 인접지역으로서 수도권정책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국토중심지로서의 기능 확보와 수도권기능 수용을 위한 공동의 대응전략 마련 차원에서 지역협력기반구축이 잘 이루어져 왔다. 어쨌든 대전을 비롯한 충청지역은 최근 들어 국토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부여 받아 왔다.

70년대에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 21세기 국력의 원천인 과학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국방의 중추기관인 3군본부와 교육훈련기관인 자운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대전청사도 대전부근을 행정도시의 입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의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대전을 중심으로 세종·청주·천안에 입지한 것도 새로운 창조경제의 전진기지임이 확실하다. 창조경제의 핵심요소는 인적·혁신·정보통신기술·문화·사회적 자본 등인데 국내에서 충청지역만큼 이같은 자본이 수준 높게 골고루 갖춰진 곳은 없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면 국가의 역량을 수도권 보다는 충청지역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선진국을 겨냥하는 넥스트 코리아가 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원조인 충청지역이 새로운 경제수도로 거듭나 국가의 기운을 바꾸는 것이야 말로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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