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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동부팜한농도 못하면 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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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영훈
경제부문 기자

경기도 화성에 첨단 토마토 온실을 만든 동부팜한농에는 이 온실의 전경 사진이 없다. 온실이 워낙 커 특수장비를 동원하지 않으면 한 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온실은 잠실운동장 4개 크기(10.5ha)다. 세계적 수준의 유리온실을 완공하고도 동부팜한농은 지난 26일 이 시설을 포기했다. 농민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기업이 농사를 지으면 영세 농민이 다 죽는다”고 외쳤다. 농협마저 가세했다.

 그러나 동부팜한농은 돈벌이가 된다고 갑자기 농촌에 나타난 기업이 아니다. 1953년 설립돼 60년간 종자·농약·비료 등을 생산했다. 지난해 9월엔 몬산토 코리아를 인수했다. 당시 농업계는 “외환위기 때 뺏겼던 종자주권을 되찾았다”며 환호했다. 그런 기업마저 농민들은 대기업이란 이유로 퇴짜를 놓았다.

 동부팜한농의 좌절은 한국 농업에 득보다 실이다. 화옹 온실은 생산량의 90%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었다. 국내에서 골목 밥그릇 싸움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현재 일본 토마토 시장 규모는 80만t에 이르지만, 한국산 비중은 0.5%도 안 된다.

 수출 길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은 대규모 투자라는 걸 농민도 안다. 이미 경험도 했다. 화훼가 1억 달러 이상을 해외 시장에 파는 수출 효자가 된 것은 화훼 온실에 대한 집중 투자 덕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를 할 주체는 농업계 내에 없다. 허공에 뜬 화성의 온실을 살 사람이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농업계는 또 기업 때리기가 무조건 득이 아니란 것도 체험했다. 대형마트 의무 휴무를 통해서다. 이번에 동부팜한농을 주저앉힌 농민단체는 지난해 말 “대형마트 휴무로 농업 매출이 23% 줄었다”고 성명을 냈다. 농업계가 주장하는 농민 중심의 농업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걸 협동조합이 할 순 없다. 모든 농산물을 직거래하면, 제일 먼저 죽는 것은 트럭 하나 없는 영세농이다. 다양한 농업 주체가 각자 몫을 할 때, 농업의 미래는 열린다. 60년 농업 기업마저 안 된다고 하면 투자형 농업은 도대체 누가 해야 하나.

김영훈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