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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에 몰린 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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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10보 (166~181)]
白·한국 曺薰鉉 9단 | 黑·중국 王煜輝 7단

좌상의 화약고에 불길이 다가가고 있지만 曺9단은 이를 악물고 166쪽부터 안정시킨다. 흑이 패를 결행하면 어찌될까. 패를 져도 흑의 손해는 미미하기 때문에 이쪽이 승부가 빨랐을 것이다.

하지만 王7단은 변화를 피해 167, 169로 이득을 취한 뒤 171로 지킨다. 167, 169는 모두 좋은 팻감인데 이걸 가차없이 두어버린 것은 이미 패를 하지않겠다는 신호와도 같다.

초읽기에 몰린 王7단으로선 매우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겼을 때는 변화를 줄이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 曺9단은 흑의 그런 분위기를 틈타 172로 하변마저 지킨 다음 비로소 174로 손을 돌렸다. 이곳 시한폭탄이 제거되자 검토실은 부지런히 집을 세고 있다.

결론은 흑승. 175가 최후의 큰 곳이어서 반면 10집의 차이가 좁혀질 수 없다는 얘기다.

王7단도 흥분한 가운데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176의 붙임수가 날카롭다.계산에 없던 수. '참고도' 흑1로 차단하면 14까지 흑이 사활에 걸려든다. 물론 수를 조금 더 보면 이 흑은 A로 따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초읽기에 몰린 王7단은 177로 후퇴했고 백이 180까지 하변을 모두 집으로 만드는 순간 승리의 계산서가 흐릿해지고 만다. 사실 여전히 흑승의 바둑이었다. 한데 흥분과 초조에 휩싸인 王7단은 돌연 181로 강수를 던져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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