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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출구전략 힘겨루기 … 시리아 반정부 세력 분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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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리아 내전의 출구를 모색하는 파워 게임이 거세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키잡이 선출을 놓고 분열에 빠졌다. 옆 나라 레바논에선 시리아 내전 지원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내각이 총사퇴했다. 내전의 스필오버(spill over·어떤 현상이 인접 지역에도 영향을 줌)를 두려워한 이스라엘은 한동안 앙숙이었던 터키와 관계 회복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아즈 알 카티브 SNC 의장이 24일(현지시간) 사퇴를 선언했다. 다마스쿠스의 저명한 수니파 성직자 가문 출신인 그는 지난해 11월 SNC 의장으로 선출된 뒤 이슬람주의자·세속주의자·쿠르드·기독교인 등을 망라한 시리아 반정부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알아사드 정부와 내전 종식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것이 화근이 됐다. 알아사드 망명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온 강경 세력이 반발했다. 지난 19일 임시정부 총리로 미국 시민권자 출신 가산 히토가 선출된 것도 반정부 세력 내 분열을 증폭시켰다. 시민군인 자유시리아군(FSA) 측은 히토 총리를 뽑는 투표가 일부 세력만 참석한 가운데 이뤄져 합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내전은 레바논 정가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나지브 미카티(57) 레바논 총리는 22일 일신상의 이유 등을 들어 사임 의사를 밝히며 거국내각 구성을 요청했다. 실제 원인은 시리아 정부(시아파) 측과 반군(수니파) 측을 각각 지지하는 레바논 내부의 갈등이다. 미카티 내각에는 헤즈볼라 출신 장관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헤즈볼라는 알아사드 정권의 기반인 알라위(시아파 분파)와 가깝다. 그러나 수니파가 다수인 시리아 난민 37만여 명이 레바논으로 흘러 들어오면서 시리아 해법을 둘러싼 의견이 충돌해 왔다.

 이스라엘도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중재 아래 2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2010년 팔레스타인 구호선 공격으로 인한 터키인 사망 사건을 사과하고 양국 관계 개선의 뜻을 비쳤다. 외신들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아랍권의 종파 갈등이 이스라엘 국경의 불안 요소가 된 것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했다.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24일 “관계 정상화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세속 국가인 터키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단절 후 아랍권의 지지를 받아왔다.

 한편 시민군은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부에서 박격포 공격을 감행했다. 타깃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주거지에서 1㎞도 채 떨어지지 않은 보안 지역으로, 화염을 목격한 이들이 다수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다마스쿠스 도심에서 반정부군의 공격이 성공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AP통신은 FSA 의 최고 지도자 중 한 명인 리야드 알아사드 대령이 동부 마야딘 방문 도중 폭탄 공격으로 다리를 크게 다쳤다고 보도했다. 그는 정부군 소속이었지만 시리아 사태 초기에 투항해 저항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하지만 SNC가 주도하는 혁명군위원회가 득세하며 그가 이끄는 FSA의 세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강혜란·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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