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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총재 국회연설 전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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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의 마지막 기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그리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대구에 사는 30세의 어느 주부는 최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성실하게, 착하게, 열심히만 살면 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게 없어진 것 같다. 누구는 한탕하고 잘도 사는데... 이제는 성실에 대한 대가가 없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는 이 실망과 좌절에 대해 참으로 송구스럽고 가슴 아픈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지금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마지막 기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이 나라가 처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그 동안 국가 대혁신만이 살 길이라고 역설해 왔습니다.부정부패의 척결, 인적 쇄신, 그리고 중립내각의 구성을 요구해 왔습니다.

정권은 모래시계 같은 것이니, 오직 나라와 국민만 보고 임기말의 국정을 잘 마무리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기도 했습니다.그러나 이 정권은 새로운 각오와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계속 후퇴하는 안타까운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속속 드러나는 권력과 유착된 비리와 부정부패는 그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주 단행된 개각은 그나마 남아 있던 한가닥 국민의 기대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국정쇄신을 간절히 소망한 국민과 우리 당의 호소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습니다.2. 권력부패를 영원히 추방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 신성한 민의의 전당에 서서, 이 순간 저는 정치인 이회창을 떠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묻고자 합니다.이 부패한 나라에서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합니까? 누구를 본받아야 합니까?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이라는 사람들, 그리고 청와대, 검찰, 국정원까지 개입된 부패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국민은 분노할 기력마저 잃어 버렸습니다.이 나라에 과연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력이, 리더십이 있습니까? 이 나라에 과연 법과 정의가 살아 있습니까?이러한 부패를 그대로 두고 이 정권은 도대체 무슨 권위로 이 나라를 이끌고 가려는 것입니까?

국민 여러분!

"10억원을 벌 수 있다면 감옥에서 10년을 살더라도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

최근 어느 설문조사에서 이렇게 대답한 청소년들이 많았습니다.이것을 보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자책과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망국적인 부정부패 때문에 우리는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부패한 땅에는 민주주의도,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경제도, 국가경쟁력도 살아 숨쉴 수 없습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선량한 국민의 희망을 꺾어놓고, 공동체를 지탱하는 도덕적 기반과 가치관까지 무너뜨리는 권력형 부정부패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앞에 저는 엄숙히 맹세합니다.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것입니다. 권력의 부패와 비리를 반드시 척결할 것입니다.우리 당과 저는 역사의 새 章을 연다는 각오로 깨끗한 정부, 투명한 사회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 여당에게 촉구합니다.

첫째, 지금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게이트에 대해서는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로 국민 앞에 그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우리 당과 저는 검찰의 자기성찰과 혁신의 움직임에 큰 기대를 겁니다.그러나 검찰의 조사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특검제를 도입해야 합니다.특히 검찰과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관련된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특별검사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입니다.

둘째, 국회 차원에서 권력부패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권력의 부패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국회 본연의 사명이라는 점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됩니다.여야 공동으로 국회에 [권력비리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할 것을 적극 제안합니다.셋째, 누구든지 법의 지배로부터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성역은 없습니다.대통령과 청와대부터 법의 지배 아래 있음을 스스로 보여야 합니다.제가 수차 주장했듯이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는 것이야말로 법의 지배를 확립하고 부패를 추방하기 위한 대전제입니다.

넷째, 인사를 쇄신해야 국정을 쇄신하고 부패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강화해서 부패하고 무능한 인사들이 공직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최근의 권력부패 사태를 보면서 김대통령에게 구국 차원의 일대 결단을 촉구하고자 합니다.소위 이형택게이트에 대해 대통령의 인척이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 벤처비리에 연루된 사건이라는 상황인식을 국민은 납득하지 못합니다.국민은 이 사건이 청와대, 국정원, 군, 검찰이 관련된 총체적 정권비리이며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진정으로 대통령을 위하여 말합니다.이 정권의 도덕성 붕괴와 국기문란행위에 대해 대통령은 간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직접 국민에게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사죄하고,結者解之의 차원에서 이 정권의 임기내에 그 어떤 성역도 없이 깨끗하게 정리하는 결의와 자세를 보여주기를 요구합니다.

3. 대북정책은 원칙과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한해 남북관계는 정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한동안 일방적으로 대화를 중단시켰고, 다시 시작된 당국간 회담에서도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금년에도 남북관계의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주적론 철회,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등 종전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진지한 자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임기 1년을 남겨둔 김대중 정부는 새로운 일을 벌이려 해서는 안됩니다. 임기 내 무언가 업적을 남기려는 조급증도 버려야 합니다.

남북관계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존 합의를 북한이 이행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무엇 하나라도 좋으니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수긍하지 못합니다.이런 방침은 정부 스스로가 선언한 대북사업의 정경분리 원칙에도 반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추가지원을 위해서는 북한이 현대와 합의한 금강산 육로관광과 특구지정이 실천되어야 한다고 말했었습니다.그러나 지금 스스로 그 말을 뒤집었습니다. 금강산 사업을 살리는 길은 단 한가지입니다. 사업주체인 북한과 현대가 육로개방과 특구지정을 통해 이 사업을 지속가능한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북한에 대해 대화와 협력의 문은 활짝 열어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화와 협력에도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상호주의, 국민합의와 투명성, 그리고 검증의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질 때 우리는 비로소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는 길입니다.

국민 여러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미국 부시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해 테러근절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결은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의 안전에 필수적입니다.

지난 1994년의 한반도 위기도 북한의 핵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한반도는 위기감에 휩싸였습니다.이는 대량살상무기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문제의 해결에 적극 협조해야 합니다.

제네바 합의에 따라 과거 핵활동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조속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체 없이 미국과 진지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의 비극이 있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미국도 대화를 통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어야 합니다.우리 정부는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신뢰를 강화해야 합니다.

인간관계에서나 국가관계에서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뢰가 흔들리면 원활한 공조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다가오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서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해소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공동의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건설적 역할도 적극 유도해야 합니다.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처해야 합니다. 선거의 해를 맞아 국내정치에만 몰두해 국제정세 변화를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됩니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위험이 증대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우리 당과 저는 초당적인 협력과 지원을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4.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막고 21세기형 인재를 길러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세계는 21세기 경쟁력의 핵심이 바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블레어 총리는 교육정책을 최선의 경제정책으로 생각하고, 교육경쟁력 강화를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교육현실은 어떻습니까?국가백년대계라는 교육이 철학부재와 정책실패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교육의 하향평준화, 우리 대학의 취약한 국제경쟁력이 이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대입경쟁은 더 과열되는데, 공교육은 붕괴되고 국민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실패 때문에 유명 사설학원이 모여있는 특정지역의 집값이 폭등하는 어이없는 사태에 국민은 지금 허탈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당은 공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교원정책을 개선해서 학교를 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자 합니다.그리고 학력저하와 교육불평등을 오히려 심화시킨 고교평준화 정책을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우리 당과 저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경쟁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교평준화 정책의 개선은 고등학교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되, 교육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함으로써 국민 누구나 자녀를 안심하고 고등학교에 보낼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아울러 대학이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낼 역량을 갖추도록 대학에 대한 투자도 대폭 확대하고 정부의 간섭을 배제할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 우리 당은 결코 조령모개식의 정책이 아니라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입니다.제도 하나를 고치더라도 국가백년대계의 차원에서 깊이 연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서 추진할 것입니다.

5. 일자리, 따뜻한 복지, 빈부격차 해소는 정부의 역할입니다.

국민 여러분!

일자리 때문에 20-30대 젊은이도, 40-50대 중년도 삶의 의욕을 잃고 좌절하고 있습니다.아버지는 구조조정 실업자, 아들은 취업 재수생이라고 할 정도로 세대마다 실업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취업난 때문에 인생의 출발선에 선 청년들이 겪어야 하는 좌절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주역인 청년의 좌절은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이며 우리 모두의 공동 책임입니다.청년에게 희망이 없다면 그 나라는 바로 희망이 없는 나라입니다.우리 당은 실업과 노동정책, 교육과 과학기술정책까지도 청년실업 해소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대학과 전문대의 학과별 정원은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서 일자리가 있는 곳에 인력의 공급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그리고 직업훈련과 산학연계를 내실화하기 위한 정부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산업현장이 원하는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분야의 우수한 인재에 대해서는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그리고 국비유학제도를 대폭 확대해서 우리의 우수한 젊은이들이 선진국의 최첨단 과학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합니다.

또한 소프트산업, 문화예술 분야, 그리고 유통, 교육, 치안, 환경, 의료복지 등 서비스분야가 일자리 창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분야의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제, 금융상의 지원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현 정권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부친 복지정책의 난맥상이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은 국민 부담만 늘려 놓고는 재정파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습니다.많게는 99%까지 인상된 건강보험료는 의약분업이 실패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대통령의 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이 정권의 오기와 독단부터 시정되지 않는 한, 이 문제의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생산적 복지라는 요란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의 안전망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약자는 지금 안전하지 못합니다.어떻게든 임기만 넘겨보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의 예상된 문제를 덮고 미룬다면 이는 정말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당은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서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분명히 갈 수 있도록 복지행정과 인프라를 혁신할 것입니다.

그리고 2020년이면 재정위기에 처할 4대 연금과 이미 엄청난 적자를 내고 있는 건강보험 등 복지제도 전반에 걸쳐 산적한 문제점을 깊이 검토해서 근본적인 수술에 착수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당과 저는 국민과 이해당사자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말씀드리고 이해를 구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빈부격차가 사상 최악의 상황입니다.지난 가을 봉천동 나눔의 집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는 아픈 손녀의 치료비를 대기가 너무 힘들다고 눈물로 하소연을 했습니다.IMF위기를 겪으면서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위 [20 대 80의 사회]를 넘어서 [10 대 90의 사회]라고 할만큼 중산층, 서민의 저변이 무너지고 있습니다.실업과 고용불안, 사교육비, 전월세, 의료비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을 더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농업의 완전개방을 앞둔 농심은 황폐해지고 있습니다.빈부격차와 함께 각종 정책 추진과정에서 야기된 지역간, 계층간, 집단간의 갈등과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어 사회의 총체적 분열과 갈등이 심각합니다.

우리 당은 중산층, 서민의 세금부담을 줄여나가는 조세제도의 개혁, 의료비 건강보험료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건강보험제도의 개혁, 사교육비의 부담을 줄여나가는 공교육 정상화, 그리고 전월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주택정책의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입니다.

6. 앞으로 20년, 6% 성장으로 재도약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 각국은 올해의 화두를 국가경쟁력 강화로 삼고 변화와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21세기 나라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데, 우리만 이렇게 표류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은 불안합니다.우리 당과 저는 앞으로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매년 6%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삼을 것입니다.

성장의 길이 바로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요, 복지를 살리는 길입니다.우리 당과 저는 경제성장, 일자리, 그리고 따뜻한 복지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활기찬 경제를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것은 결코 불가능한 꿈이 아닙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만달러에서 2만5천달러가 되는 데에 싱가폴은 7년, 일본은 10년, 독일은 14년, 프랑스는 16년이라는 시일이 걸렸습니다. 2000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9,628달러였습니다.앞으로 매년 6% 성장해서 20년후 현재의 3.2배로 성장한다는 목표는 우리 국민의 우수한 자질과 의지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당분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5% 정도이며, 2010년대에 가면 4% 내지 3%대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6%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1% 내지 2% 포인트만큼 더 성장하려면 이대로는 안됩니다.

국가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이루어야 합니다.강력한 지도력, 리더십으로 올바른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합니다.우리 정치인이 앞장서서 국론분열을 야기하는 이념갈등, 지역갈등을 막고 국민 대통합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켜야 합니다.

노사안정과 산업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공정한 심판자와 조정자의 위치를 일관되게 고수해야 합니다.

150조원의 공적자금은 국민의 혈세와 같습니다. 공적자금을 낭비한 불법행위와 정책실패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묻고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없애야 합니다.기업이 투자의욕을 불태우고 경쟁력 강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폐지해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정부패, 정경유착, 특혜금융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속에서 성장의 활력이 샘솟는 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성장의 엔진을 찾는 일입니다.과학기술의 혁신과 인재양성에 사활을 거는 국가전략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저는 과학기술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입니다.지금과 같이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고급두뇌가 해외로 유출되고, 청소년들은 이공계 진학을 외면하는 현실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이 나라의 보배와 같은 과학기술 인재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기술혁신을 선도한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입니다.우리 당과 저는 과학기술 혁신과 인재양성을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만들 것입니다.그러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와 인재양성 정책을 일관되게 펼 것입니다.

7. 국민 우선의 정신으로 정치를 혁신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의원 여러분!

국민의 고통을 걱정하고 희망을 줘야 할 정치가 왜 실패를 거듭하고 있습니까?바로 부패정치, 패거리정치, 인기영합정치라는 구태정치가 아직도 우리의 정치문화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지금 우리 정치가 국민을 위해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도탄에 빠진 민생과 경제를 살려 실업을 줄이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일입니다.그것은 교육을 바로 세워 무너진 학교를 일으켜 세우는 일입니다.또 그것은 부정부패로부터 이 나라를 구하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가 스스로 깨끗해져야 합니다. 선거가 깨끗해져야 합니다.그리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정치개혁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검은 비자금을 조성해서 돈으로 표를 사고 뒷거래와 정략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하기 때문에 부패와 비리가 발생하고 정치가 혼탁해지는 것입니다.

돈선거가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을 주고 있습니다. 금년의 양대 선거와 각당의 후보경선부터 깨끗한 정치, 깨끗한 선거의 시험대가 되어야 합니다.그 어떤 새로운 경선방식도 만약 이것이 타락한 돈선거나 혼탁선거로 전락한다면 이는 오히려 정치개혁을 후퇴시킬 것입니다.그리고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말 것입니다.

선거부정을 막고 철저한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우리 당과 저는 최소의 비용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솔선수범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여야를 떠나서 선거와 정치논리가 더 이상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노력해야 합니다.선거의 해를 맞아 선심성 공약과 선거를 의식한 과도한 예산집행 등 정치논리 때문에 우리 경제를 망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는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가 재정립되어야 합니다.대통령은 3권분립의 견제와 균형 속에서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존중해야 합니다.그리하여 국회를 상대로 큰 정치를 펼쳐야 하며 국정의 민주적 운영을 이루어내야 합니다.

대통령이 집권여당 위에 군림하고 이를 통해 국회까지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당은 대통령과 총재직의 분리를 추진할 것입니다.그리고 국정에 관한 대통령의 연설을 국무총리가 대독하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는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입니다.

우리도 이제는 대통령이 국회에 나와서 직접 국정을 보고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전통을 세워나가야 합니다.8. 정권교체로 반듯한 나라, 희망의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새 각오, 새 희망의 2002년입니다.올 한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많습니다.귀한 손님을 초대한 주인의 마음으로, 우리는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을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또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이 나라의 장래를 좌우할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거센 도전도 있습니다.지금 우리는 21세기의 새벽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느냐, 아니면 주변국가로 전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그것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습니다.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반듯한 나라,활기찬 경제로 힘차게 도약하는 나라,열심히 살면 5년후, 10년후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는 희망의 나라,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나라입니다.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지도력,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한나라당과 저는 지난 4년간 이 정부의 총체적 국정실패에 대해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아픔을 함께 해왔습니다.이제 우리는 이 분노를 미래를 향한 에너지로 승화시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자 합니다.

지난 세월 한마음으로 뭉쳐온 우리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단합해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습니다.우리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은 우리 당이 집권해서 사사로이 권력을 누리겠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 당은 도탄에 빠진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교육을 바로 세우고 부정부패로부터 이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그리하여 무능하고 부패한 국정을 혁신하고, 반듯한 나라, 활기찬 경제를 일으켜 이 조국을 희망의 나라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당과 저의 꿈입니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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