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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차세대 아이맥(iMac)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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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컴퓨터가 '멋진 물건'이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애플 컴퓨터 산업 디자인 연구소란 간판을 달고 있는 실리콘 밸리의 한 건물 깊은 곳에선 아직도 컴퓨터는 멋지다.

요즘 실리콘 밸리가 침체에 빠져 있고 황금시대는 깊은 벼랑 속으로 사라졌다는 생각따윈 버리자. 인터넷 거품이 꺼져 미국 전역의 벤처창업자들이 악화된 재정상황에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려라.

바로 이곳, 지금 이순간 스파이방지용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두터운 테이블위에 놓여진 이 물건이야말로 멋진 컴퓨터의 정수이자 이제껏 봐왔던 어떤 데스크탑 컴퓨터보다 환상적인 스티브 잡스의 새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좋다. 아마 조금 과장됐을 수도 있다. 아니 많이 과장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것조차 한번도 본적 없는 이 빛나는 비밀 컴퓨터에 사로잡힌 애플교 교주를 둘러싸고 있는 이 비현실적인 장소에서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새 아이맥이다. 애플사 현 회장이자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 역사상 최악의 시기에 돌아와 올린 첫 성과물, 애플사의 매출을 올린 화려한 색깔의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의 새 모델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새로운 아이맥이 "애플이 만든 컴퓨터 중 최고"라고 말한다.

물론, 스티브 잡스는 매번 새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같은 말을 하긴 했다. 그에게 새 제품은 매번 혁명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잘못됐더라도 스티브 잡스와 애플사가 하는 일이 재빨리 다른 PC 업계의 모방 대상이 됐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왜 당신은 맥을 갖고 있지 않은가? 이 점에 집중해보자. 스티브 잡스가 해 온 일들은 간혹 너무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엔 정말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겐 혁명이 필요하다. 컴퓨터 업계가 끝없는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지금, 데스크탑과 노트북 컴퓨터 제조업자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가격경쟁을 거듭하는 이때야말로 그렇다.

비록 애플은 이 물결에 휩쓸리지 않았지만.

잡스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술은 자신들의 디지털 삶을 쉽게 조정하는 것이라는데 회사의 운명을 걸었다. 그리고 디지털 생활의 중심으로 날렵하게 생긴, 사용하기 쉽고,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컴퓨터 이상이 있겠는가?

스티브 잡스는 이제 때가 왔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용하기가 쉬워지기는 커녕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MP3 플레이어와 같은 물건 속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이런 첨단기기와 우리를 연결시켜 준다는 개념하에 디지털 허브로서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새 컴퓨터가 고안됐다.

스티브 잡스는 이것이 바로 애플이 하려는 일이고 지금까지 PC 업계의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경기침체는 가라. 디지털 허브를 만들면 소비자는 돌아올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 업계에서 승리란 바로 생존이다.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벌떡 일어서 아멘을 외치기 전에 이 점을 생각해보자. 애플사는 잡스가 1997년 복귀한 이후 혁신을 통해 경영이 나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사는 아직도 낮은 시장점유율로 고전하고 있다.

이번엔 잡스와 그가 만들고 키워 온 애플사 모두 현실을 바로 볼 때다. 진정 히트상품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컨벤션에서 공개될 예정이며 타임지가 최근 독점 시험해본 신형 아이맥은 바로 그런 히트상품이 될 지도 모른다.

요즘 나오는 많은 PC 처럼 신형 아이맥 역시 평면모니터를 채용했다. 하지만 평범한 LCD 모니터처럼 책상공간을 절약하는 것 외에 아이맥의 15인치 LCD 모니터는 크롬파이프 관절로 본체와 연결돼 공중에 떠 있다. 또한 이 모니터는 잡아 당기거나 밀어버릴 수 있도록 반투명 플라스틱 프레임인 '할로'로 둥글게 감싸져 있다.

조나단 이브 애플 산업디자인 연구소장은 새로운 아이맥을 사용자들이 만지고 싶어하고 "모니터의 신성한 개념을 깨버릴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고 밝혔다. 수박 반개 크기보다 조금 큰 지름 10.4인치(약 26cm)의 반구형 본체와 모니터를 연결해 주는 아이맥의 크롬넥은 스크린의 각도를 유지하면서 분절로 나뉘어져 구부러질 수 있다.

신형 아이맥은 스티브 잡스가 만든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룩소 주니어에 나오는 우습게 생긴 컴퓨터와 비슷하게 생겼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존 래스터 역시 신형 아이맥 광고를 만드는 데 참여했다) 이브는 "조금 건방지게 생겼다"고 말한다.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신형 아이맥이 애플社에 돈을 벌어다 줄 수 있을까? 1998년 5월에 출시된 최초의 아이맥은 그후 2년간 애플사의 주가를 4백%나 상승하게 만들었고 6백만대 이상이 팔렸다. 아이맥은 스티브 잡스가 쫓겨난지 12년만에 복귀해 쏘아올린 첫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사의 주가는 다시 바닥까지 떨어졌고 애플 소매상들은 매출을 신장시킬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잡스에게 다시 펜스를 넘길 홈런이 필요한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애플사는 경기침체가 지나길 기다리기에 충분한 40억 달러(약 5조2천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부채도 적다. 게다가 손가락이 얼어붙은 후에야 버튼 한 개짜리 애플 마우스에서 손을 뗄 수백만명의 열렬한 충성도를 가진 사용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연간 매출은 8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감소했고, 애플사는 점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지배하는 컴퓨터 세상에서 시장점유율을 잃어가고 있다.

맥은 미국내에서 4%가 조금 넘는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판매에 대해선 묻지도 말라. 애플 맥 컴퓨터의 시장 점유율은 5년전 5.2%를 차지했지만 최근엔 3% 미만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 소송이 일단락되면서 더 안정성 있고 사용하기 쉬운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 XP도 출시됐다. 애플이 윈텔세상에서 개종자들을 끌어들이기는 점점 어렵게 될 것이다.

급변하는 컴퓨터 업계에서 한 발을 잘못 디딘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래서 완벽주의자 잡스는 새로운 기획을 할 때 소비자 그룹(특정 상품이나 그 상품과 관련된 사항을 토의하는 그룹)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힘입어 발상을 얻는 경향이 있다.

어떤 전문가들은 애플이 혁신을 포기하고 5백 달러(약 65만원)짜리 아이맥 등 저가형 제품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다른 경쟁자들처럼 태블릿 PC, PDA 등 차세대 PC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PC가 완전히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잡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더 나은 PC라고 여겼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바로 맥이라고.

잡스는 매번 중요한 프로젝트 때마다 일이 거의 끝난 것 처럼 보일 때 일을 다시 스케치북으로 되돌리고 완전히 새로하도록 요구하곤 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성격이 통제광(狂) 잡스의 병적인 완벽주의나 추진력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픽사의 영화를 만들 때 매번 그랬다"고 잡스는 고백한다. 그리고 이브가 새로운 아이맥의 플라스틱 모델을 선보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브가 내놓은 신제품 모델은 첫 아이맥을 다이어트 시킨 모습이었고 성능향상에 주력했었다. 잡스는 "잘못된 것이 없었다. 괜찮았다. 정말로 괜찮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잡스는 그것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잡스는 O.K 사인을 내기는 커녕 그날 평소보다 일찍 들어가 집으로 이브를 불렀다. 이브는 첫 아이맥과 아이포드 뮤직 플레이어, 견고한 초경량 티타늄 파워북, 네모난 얼음덩이에서 영감을 받은 큐브 데스크탑 등을 디자인해왔다. 잡스와 이브는 잡스의 부인인 로렌스가 가꾸는 채소밭과 과수원을 거닐며 얘기를 나눴다.

잡스는 새로운 컴퓨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개념적으로 설명했다. "컴퓨터의 각 부분이 스스로에게 충실해야 한다. 뒤쪽을 어두컴컴하게 놔둘려면 왜 굳이 평면 모니터를 쓰겠는가? 컴퓨터가 땅에 수평으로 있길 정말 원하는데도 왜 컴퓨터를 한켠에 세워둬야 하는가? 각 부분들을 원래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잡스는 또 "새 아이맥은 옛날 아이맥과 비슷한 모습이기보다는 정원의 꽃처럼 보여야 한다. 새 아이맥은 해바라기 같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생각은 여러 사람을 당혹케 했다. 하지만 이브는 잡스의 생각에 공감했고 길버트와 설리반(9세기 후반 수많은 오페라를 써낸 유명한 콤비)의 설리반역에 기꺼이 응했다.

은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이브는 산업디자인이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듯이. 제품의 표면과 재질과 마무리와 구조 등이 모두 더 큰 이야기를 표현하듯 해야한다"고 종종 말해왔다. 새 아이맥이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무척 가볍고, 잘 움직여서 거의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평면모니터에 관한 것이었다고 이브는 말한다.

이브는 하룻만에 새로운 제품의 디자인을 훌륭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새 아이맥을 실제로 만드는 작업, 모든 컴퓨터 부품들을 잡스가 원하는대로 조그만 박스안에 우겨넣는 작업은 거의 2년이나 걸려야 했다.

잡스가 일하는 세계엔 여러분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몇가지 모습이 있다. 날이 따뜻하면 잡스는 하이킹용 반바지에 신발을 신지 않은 상태로 사무실에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보통 때에는 벨트를 매지 않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수백벌이나 되는 검은색 터틀넥 셔츠 중 한벌을 입고 출근한다.

이 셔츠는 잡스와 친한 의류 디자이너가 몇 년 전 그를 위해 디자인 해준 옷이다. (매일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준다고 잡스는 말한다) 그리고 잡스는 애플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항상 설명하려 한다. 편히 앉아라. 잡스가 당신에게 업계의 큰 그림을 말해 줄 것이다.

잡스가 보기에 지금 세계는 개인용 컴퓨터의 세번째 단계에 접어들려 하고 있다. (함께 따라오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서 : 첫번째 시기는 생각하는 기계를 워드 프로세서나, 스프레드쉬트, 데스크탑 그래픽 작업등에 쓰던 유틸리티의 시대다. 두번째 시기는 모든 기기를 인터넷에 묶는 시기다)

이제 모든 기기가 상호 통합돼 있고 생산성도 높아졌다. 이제 다음 위대한 시기, 즉 사람들이 점차 자신들의 생활 속에 파고드는 디지털 기기들을 총지휘하기 위해 컴퓨터를 쓰는 시대를 준비할 때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잡스는 도형을 그리길 좋아한다. 이 도형은 바깥의 큰 원으로 시작한다. 잡스는 이 원안에 디지털 기기들을 그려넣는다. 잡스는 "우린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PDA, 휴대폰, DVD 플레이어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잡스는 이 원의 가운데에 컴퓨터를 그려넣는다. "이런 기기들은 컴퓨터 없이도 꽤 쓸만하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는 분명 이런 기기들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그리고 어떤 제품들은 PC 없이는 전혀 쓸모가 없다. 그리고 이 경우에 그 PC는 맥을 말한다."

이제 잡스는 샐먼 루시디를 연상케하는 그의 유명한 눈썹을 찡그리며 '여기 주목해봐'라고 말하듯 여러분을 응시하며 얘기한다. "우리는 다음번에 올 위대한 시기는 개인용 컴퓨터가 이러한 기기들의 디지털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디지털 허브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아보자.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01년 예상치보다 훨씬 많이 팔렸던 디지털 카메라를 예로 들어보자.

잡스는 "문제는 여러분이 디지털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순간 낭떠러지 속으로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컴퓨터안은 어지럽기 그지없다. 이런 점이 우리의 소명이요, 우리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신형 아이맥 컴퓨터가 생각대로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다른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나은 디지털 생활을 영위하게 해 줄 것이다. 평면 모니터와 DVD 레코더가 포함된 컴퓨터를 동급의 아이맥과 비슷한 가격인 1천8백 달러(약 2백34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비슷한 값이지만 성능차이는 크다. 이는 애플이 iTunes, iMovie, iDVD, 이번 주부터 시판되는 iPhoto 등 사용자들의 창의력 넘치는 삶을 조정할 수 있는 여러 핵심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다른 PC 소프트웨어들과 비슷한 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애플의 소프트웨어들이 훨씬 낫다.

잡스에게서 나온 애플의 비밀은 의심할 바 없이 무엇을 생략할 지를 알고 복잡한 컴퓨터 업계에서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사진을 다루는 프로그램인 iPhoto는 아마추어급 다른 프로그램보다 월등하다. 어떻게 월등하냐고? 카메라를 아이맥에 연결시키면 사진이 자동으로 보관된다. 사진들은 컴퓨터로 업로드되며 "롤(필름 한통처럼 한번 업로드할 때마다)"별로 정렬된다.

끊임없이 내려가는 디지털 콘택트 시트에 작은 사진들과 함께 일렬로 쭉 배열된다. 이 콘택트 시트로 사용자들은 수백장이나 되는 사진을 한눈에 살펴보며 즉시 크게 확대해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찾고자 하는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i포토는 수동으로 각 사진마다 이름을 지정해줘야 하는, 혹은 A2393745따위의 의미없는 이름으로 저장되는 비슷한 프로그램보다 훨씬 낫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가장 뛰어난 기능 중 하나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10페이지 가량 선택해서 클릭만하면 온라인 출판인들이 이를 프린트해 당신만의 앨범집을 우송해준다. 비용은 30달러(약 3만9천원)정도.)

90분짜리 콘서트나 시상식 비디오 테이프를 3분짜리로 요약편집하는 일도 애플의 최신형 기종인 G4 칩이 장착된 신형 아이맥에서는 간단한 일이다.

iMovie로 여러분의 걸작비디오를 만들었다면, DVD로 구울 수도 있다. 물론 iDVD를 이용해서다. DVD 레코더는 최고급 1천8백달러(약 2백34만원)짜리 모델에 장착된다. 하지만 애플 컴퓨터와 평면모니터에 DVD 레코더를 장착한 델의 디멘션 8200모델(펜티엄4칩에 더 넓은 하드 드라이브도 장착돼 있다)과 애플 모델을 비교하긴 어려울 듯 하다.

델의 컴퓨터는 2천2백 달러(약 2백86만원) 정도의 가격에 마루나 책상위의 공간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PC는 맥보다 둔탁한 반면 호환성이라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잡스의 애플이 진정 가장 혁신적이고 편하고 사용하기 즐거운 컴퓨터일지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는 크고 값싼 윈도 운영체제의 PC를 원한다.

예를 들어 2000년 7월에 출시됐던 사각얼음조각 모양을 한 큐브는 애플사에게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아무도, 심지어 맥에 충성하는 애호가들조차도 화려한 외양을 가진 최신형 기기를 채택한 큐브에 1천7백99 달러를 지불하려 하지 않았다. (모니터 별도) 아마도 무엇보다 큰 실수가 가격정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애플의 매출총이익(gross profit margins - 매출액에서 제작비와 마케팅비용을 제한 값)은 잡스가 부임한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신형 아이맥의 경우 애플은 정말 가격을 낮췄다. 이는 애플이 다른 대부분의 PC 부품들을 하청업체에게서 사오는 일반 PC 경쟁업체들과는 달리 본체안의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저가형 아이맥도 1천2백99달러(약 1백69만원)로 PC 세계에 많은 개종자들을 끌어들이기엔 너무 비싸다. IDC의 애플담당 분석가인 알 길런은 "어떤 특정상품의 발표로 애플의 시장위치에 즉각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길런의 시각으로 볼 때 비록 그가 신형 아이맥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데스크탑 컴퓨터 시장의 경쟁은 오래전에 윈도-인텔 연합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애플의 운영체제도 도움이 안된다. 길런은 사실 애플 운영체제는 시장에서의 입지를 꾸준히 잃어왔다며 2000년 애플 OS의 시장점유율이 3.6%에 그쳤다고 말한다. 게다가 IDC는 2001년 이런 수치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운영체제는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을 더욱 확대했다.

몇몇 분석가들은 혁신은 잊어버리라고 애플에 충고한다. 스티브 잡스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암흑세계를 받아들이고 윈도-인텔이 지배하는 세상과 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길런은 말한다. "어떤 제품이 더 나은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세상에서 일하길 원하는 지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직장에서 윈도를 사용한다면 집에서도 윈도를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플사는 모든 아이맥에 멋지고 창의력 넘치는 응용 프로그램들을 패키지로 제공하기보다는 필요할 경우 사용자들이 PC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윈도 에뮬레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비평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컴퓨터에서도 작동되도록 설계된 인터넷은 애플 컴퓨터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컴퓨터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대부분의 컴퓨터 프로그램이 윈도용으로 먼저 출시된 후 맥용이 출시되지만(드물긴 하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등 대부분의 필수적인 프로그램은 맥에서도 사용가능하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게임큐브, X박스, 플레이스테이션2 등 컴퓨터가 아닌 게임기기에서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칼 하우(Carl Howe)는 인터넷이 애플로 하여금 플랫폼 전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을 도와줬다고 믿는다. 그는 애플이 북미지역의 거대회사중 가장 높은 만족도와 구매력지수를 보였다는 포레스터 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애플이 시장점유율을 2배로 늘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애플을 소유하기 위해 들이는 프리미엄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가격은 구매자들의 마지막 고려요소다. 차별화할 아무런 요소가 없을 때 선택하는 것이 가격이다. 만약 가격이 고려해야 할 유일한 요소였다면 미국인들 모두가 현대차를 타고 다녔을 것이다"라고 하우는 주장한다. 잡스가 지적하는대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 시장에서 비슷한 틈새시장을 점유하고 있지만 아무도 이들을 가볍게 보지 못한다.

잡스는 들리는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시장에 혁신을 갖고 올 때마다 우리 소비자들은 이에 강하게 반응한다"고 말한다. "PC 사용자 95명중 5명만 끌어들이더라도 애플사의 시장점유율은 2배로 늘어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애플사도 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과거 아이맥은 애플 진영에 개종자들을 몰고 왔었다. 만약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된다면 살아남은 애플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외에도 컴퓨터 산업의 침체로 애플이 업계 4강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잡스는 믿는다.

다른 3대 업체는? 컴팩 혹은 컴팩/휴렛팩커드, 델, 소니다. 이중 잡스가 가장 공격적인 경쟁상대로 삼는 업체는 소니다. 소니는 멋진 컴퓨터를 만드는 것 외에도 ("소니는 우리를 미친듯이 베낀다!") 수많은 디지털라이프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또다른 제품 영역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소니와 경쟁하고 싶다"고 잡스는 밝힌다. 소니는 자사제품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다른 회사들에게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사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모두 만들어내는 유일한 회사다. 애플은 사용자의 제품이용에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애플은 다른 업체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애플의 감각적인 MP3 플레이어로 최근 가전제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iPod가 그 예다. 잡스는 애플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2001년 4분기에만 5천만달러어치의 제품을 팔았다고 지적한다. 담뱃갑 크기만한 이 MP3 플레이어는 너무 인기가 있어서 단지 iPod를 사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맥 컴퓨터를 사러 애플 매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애플은 지난해 매장을 처음 개설했다. 잡스는 물론, 마지막 순간에 매장의 디자인을 다시 설계했다)

다른 비(非)컴퓨터 기기들도 출시될까? 잡스는 애플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의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몇가지 계획이 있다"고 밝힌다. 예를 든다면? 잡스는 의자를 뒤로 제끼며 미소를 짓고 언급을 회피한다. 분명, 잡스는 이미 뭔가 새로운 것을 작업중이다. 그리고 그것이 애플이 만든 것 중 최상의 것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 취재도움 : 레베카 윈터스 (Rebecca Winters)

조시 키트너 (Time) / 손창원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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