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 열풍, 아시아 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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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은 타마라 마크(Tamara Mak)의 눈 속으로 스며들고, 긴장된 속이 뒤틀려 오면서, 그녀의 오른쪽 다리가 어쩌지 못할 만큼 위아래로 심하게 떨려왔다. 대략 15m 아래쪽,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절벽 밑에는 마크의 친구들이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소리쳐 가르쳐주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를 움직여! 네 신발에 몸을 맡겨! 초크(마찰력을 높여주는 탄산마그네슘 가루)를 더 사용해!"

마침내 그녀는 불안정하게 발끝만으로 서더니, 홀더(손잡이)를 움켜쥐고, 신기하게도 '벽 1,2,3'으로 불리는 절벽 꼭대기에 도달했다.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로프를 빙그르르 타고 돌아 천천히 아래로 내려온 그녀는 그때서야 자신이 지금까지 숨을 멈추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백사장을 밟은 싱가포르 출신 마크의 얼굴엔 함박 웃음이 활짝 피었다. 그녀는 "정말 짜릿했다"고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암벽등반 열풍이 온 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산꼭대기에서부터 싱가포르의 채석장까지, 그리고 그 사이 곳곳에서 등반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중 가장 뜨거운 곳은 크라비(Krabi)에서 30km 떨어진 태국 서해안의 라이레이비치(Rai Ley Beach)이다. 세계 각 국 여행객들을 한 가득 실은 배가 날마다 이 곳에 닻을 내린다. 이 곳‘정글 체육관‘에서 운동하기 위해 몰려드는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탄탄한 근육과 그을린 얼굴로,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전문 산악인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등반요령을 터득해 보려는 초보자들이다.

젊은 아시아인들이 여행 반경을 넓히면서, 이 곳을 찾는 아시아인의 방문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초보자들은 숙련된 안내자의 도움을 받으며 암벽을 오른다. 조교들은 끝없는 인내로 안절부절 못하는 초보자들에게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시킨다. 설령 암벽 위 그립을 놓친다 해도, 가죽멜빵과 밧줄이 몸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2센티미터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주지시킨다.

지난 몇 세기 동안 이 곳 사람들은 시장에 내다 팔 새 알을 수집하고자 라이레이를 등반했다. 그러다 약 15년 전, 외지에서 온 산악인들이 이 곳을 방문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영향으로 크라비 인근 젊은 태국인들이 등반에 매료되면서, 현대적 의미의 태국 산악인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현지인들은 맨발에 약간의 미소까지 머금은채 경사 60도가 넘는 암벽을 부드럽고 가뿐하게 오른다. 이런 모습에 초보자들은 약간 기가 죽을지도 모르지만, 친절한 태국인들은 뒤따라오는 초보자들이 꼭대기까지 가는 동안 헐떡거려도 그들의 이런 모습을 비웃지 않는다.

라이레이 비치에는 수십 개의 등반루트가 있고, 대부분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숙박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배낭여행객을 위한 통나무집에서 호화로운 레이야바디 최고급리조트(전화번호: (66-2) 712-5506 하룻밤 투숙비가 3백80달러(약 49만4천원))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웨스트 라이레이 비치에 위치한 알맞은 값의 리조트에 짐을 푼다. 등반용품 상점 주인은 등반교실과 안내자는 물론, 장비도 대여해 준다. 위록클라이밍(wee_rocks@hotmail.com)과 텍스(texrock@loxinfo.co.th)라는 상점이 유명한데, 당일코스 상품부터 등반기술 향상을 위한 장기여행 상품까지 다양한 패키지를 제공한다.

라이레이 비치와 경쟁할 만한 암벽등반 명소가 중국에서도 새로이 떠오르고 있다. 광서장 지방, 계림에서 90분 정도 떨어진 유명한 월량산(月亮山)이 바로 그곳이다. 월량산은 오랫동안 수채화에서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산악인들이 이 곳에 몰려들고 있다. 8백 개의 계단으로 된 산책로를 타고 올라가면 자연적으로 생성된 반달 모양의 바위가 있는 산꼭대기를 만나게 된다. 월량산 위에선 양숴마을(Yangshuo village)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1991년, 암벽 등반가들이 처음 이 곳을 찾기 시작한 이래, 빼어난 절벽과 이를 둘러싼 울퉁불퉁한 바위들 때문에 홍콩이나 더 멀리에서 온 산악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들 또한 암벽 등반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올해 29세인 시몬 루(Simon Lu)는 8개월 전, 양숴에서 전문 등반가가 되려고 많은 월급을 주던 베이징 자동차부품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리자드 라운지"(전화번호: (86-773) 881-1033)를 오픈해 음식과 술, 카페, 그리고 등반교실 사업을 시작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등반할 시간은 줄어 들었지만, 사람들이 모험을 동반한 여행을 선호하면서 사업은 호황을 누리게 됐다.

루는 "자동차 부품 생산 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더욱이 이 사업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올라가는 길만 있을 뿐이다.

DAFFYD RODERICK / 라이레이 비치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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