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수수료율 담합 … 공정위, 생보사 9곳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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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변액보험 수수료율을 담합한 9개 생명보험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에서 설계사 수수료 등을 떼고 남은 돈을 모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수수료율이 높을수록 고객의 몫은 적어지고 보험사의 몫은 많아진다.

 공정위는 21일 삼성·한화(옛 대한)·교보·신한·메트라이프생명 등 5개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이들 5개사와 알리안츠·푸르덴셜·ING·AIA생명에 대해 모두 2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삼성생명(74억원)이 가장 많고, 한화(71억원)·교보(41억원)·메트라이프(9억원)·신한생명(4억원)의 순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푸르덴셜생명은 2001년 고객이 사망할 때 보험금을 주는 변액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최저보증 수수료율을 연 0.1%로 담합했다. 예컨대 고객이 낸 돈에서 설계사 수수료 등을 떼고 남은 돈이 1000만원이라면 보험사가 해마다 1만원의 추가 수수료를 받아간다는 의미다. 만일 투자에서 손실이 생기더라도 보험사가 최소한의 사망보험금을 보장한다는 명목이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총괄과 사무관은 “당시 금융감독원은 연 0.1%의 상한선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하도록 지도했다”며 “하지만 보험사들은 똑같이 상한선인 0.1%로 수수료율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삼성·한화·교보·신한·메트라이프·ING·AIA·푸르덴셜·알리안츠 등 9개 보험사는 고객의 돈을 투자성과에 따라 연금식으로 돌려주는 변액연금보험의 최저보증 수수료율도 업계 모임을 통해 합의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삼성·한화·교보·알리안츠 등 4개사는 변액보험 고객의 돈을 보험사가 맡아서 투자해 주는 대가(특별계정 운용 수수료율)도 연 1% 이내로 담합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생명보험업계는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 수수료율 책정은 상품 도입 초기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차원에서 감독당국이 행정지도를 한 것이고, 보험사는 이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생보사 관계자도 “최저보증수수료는 향후 고객에게 지급하기 위해 보험사가 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있는 것으로, 이로 인해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거나 보험사가 부당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항변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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