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의학프리즘] 눈은 '혈관의 거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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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마음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눈은 혈관의 거울이라 표현해야 옳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 혈관을 외부에서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부위가 바로 눈이기 때문이다. 각막과 수정체가 투명하기 때문에 안구 깊숙히 위치한 망막의 혈관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혈관의 모양이나 색깔은 물론 질병의 유무까지 짐작할 수 있다. 안과의사가 망막의 혈관을 관찰해야하는 경우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당뇨 환자다.많은 당뇨 환자들이 혈액이나 소변의 당(糖) 수치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당뇨 합병증으로 가장 손상되기 쉬운 부위가 바로 망막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명하는 가장 큰 이유도 당뇨로 망막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당뇨 망막증이다. 초기에 발견하면 혈당 조절과 레이저 치료 등을 통해 악화를 억제할 수 있다.

둘째 고혈압 환자다. 망막 혈관을 보면 고혈압으로 얼마나 혈관이 상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장래 뇌졸중이 발생할 지 예측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대학 연구진은 최근 1만여명을 대상으로 망막 혈관을 조사한 결과 망막 혈관의 손상이 심한 사람은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6배나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장의 입장에서 보면 눈과 뇌가 머리 속 거의 같은 위치에 있으므로 눈의 혈관을 보면 뇌의 혈관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망막의 혈관을 관찰하는 검사를 안저(眼底) 검사라 부른다. 검안경이라 불리는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되므로 동네 안과의원에서도 가능하다.

통증이 전혀 없고 불과 1분이면 양쪽 눈 모두 검사가 끝난다.검사 비용도 수천원 내외다.

안과는 꼭 눈이 나빠야만 찾는 곳이 아니다. 당뇨와 고혈압 환자라면 반드시 안과에서 안저 검사를 받도록 하자.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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