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법무부·검찰이 소송 주로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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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처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을 가지는 나라는 드물다.

 근대적 공정거래법은 19세기 말 미국에서 시작됐다. 철도와 석유 산업 붐을 배경으로 밴더빌트·록펠러가 주도한 독점 거대 기업이 출현해 사회 문제가 되던 시점이다. 미국은 1890년 공정거래법을 제정해 법무부에 이를 담당케 했다. 하지만 경제 이슈를 사법당국이 처리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1914년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Federal Trade Commision)가 설립돼 법무부와 함께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한 소송은 FTC보다 법무부와 검찰이 주로 맡는다. 정부가 제기한 연방법원 관련 소송의 70%가량이 법무부와 검찰 몫, 나머지 30%가 FTC 몫이다.

 영국도 검찰 내 중대사기수사국(SFO: Serious Fraud Office)이 담합 등 공정거래 문제를 다룬다. 한국 공정위에 해당하는 경쟁당국(OFT: Office of Fair Trading)도 기소 권한을 가지고 있다. 두 기관은 실제 운영에서 역할 분담을 한다. OFT가 담합이 의심되는 경우 예비조사를 하고, 본 조사와 기소는 중대사기수사국이 맡는 식이다.

 한국과 유사한 공정위 전속고발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도 없진 않다. 일본은 독점금지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때 공정위 고발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거의 같은 전속고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는 전속고발제를 법률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경쟁당국(Competition Bureau)이 먼저 조사해 고발하면,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1980년 군사정권 체제에서 국회의 기능을 대신 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입법회의에서 만들어졌다. 공정위에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전속고발권이 부여된 것도 이때다. 전문성을 지닌 공정위가 과도한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막고 공정한 시장경제를 확립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전속고발권을 무기로 기업을 길들이려는 정권의 속셈도 작용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공정위 고발 건수가 291건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는 310건을 기록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볼 때 우리 공정위가 다른 나라보다 역할이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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