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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양화가 김흥수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색채가 유난히 발랄한 양화가 김흥수(49)씨는 한 폭 그림으로 1백50만원을 받아 우리나라화단에서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12월초 7년만에 개인전을 열었을 때 N실업 K사장이 3백호(260×177센티)짜리 「군무」가 굳이 마음에 든다면서 선뜩 내놓더라는 것. 호당 5천원은 통상가격이긴 하지만 1점으로 l백만원을 넘은 예는 아직 우리 나라에 없다.
우리 나라 화랑의 고객은 으례 신흥 실업인이기 마련.
현대미술품을 수장하는 미술관은 물론 개인수집가 조차 없는 우리 나라 실정이므로, 화가에 대한 친분과 인사로 작품이 거래되는 게 상례다. 하지만 김 화백은 『K사장과는 초면인 걸요.』
양옥과 고층건물이 부쩍 세워지면서 벽면장식을 위한 미술품의 수요도 늘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직 소수인에 불과하지만 화랑에서 작품매매가 활발해진 셈이지요.』작품 매매가 좋았던 금년의 중요 작품전으론 이마동 남관 김기창 김화경 허백련 박노준 박활근 이의왕 박상옥씨 등의 개인전과 한국현대서양화전 및 국전에서도 예년에 없는 호성과를 올렸으나 최고50만원이 고작.
물론 추상화의 고객은 아직 전무하다. 사실적이고 설명적인 작품이라야 예약이 잘된다. 흔히 반추상이라 일컫는 김 화백의 그림이 유리한 위치에 있음은 바로 그 까닭이겠다. 그는 후기인상파가 보인 강렬한 색채-. 색동저고리의 원색 같은 강렬한 색채의 파편 속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부각시킨다. 예쁠 것도 없는 호박 같은 얼굴들이며 혹은 일그러지고 납작한 초가지붕들.『화면이 메아리를 지녀야하죠. 그건 대가으로부터 가슴을 태우는 애정을 느낄 때 가능해집니다. 제가 나체를 그릴 때도 그렇죠. 흥분으로 감당치 못하는 피끓는 감정에서 붓을 잡게 되지요.』 작품에서 「에로티시즘」을 지적할 이만큼 김 화백은 타고난 정력가. 학생시절엔 운동선수요, 요즘도 역기를 계속하는 건강한 체구의 소유자다.
한복차림의 여인들이 춤을 추는 유화 「군무」에도 그런 활력이 넘쳐흐른다. 발광하는 색채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여인의 모습이 그러하다.
『걸어놓고 보면 모두 불만투성이죠. 진짜 맘에 드는 작품을 남겨놓아야 할텐데….』 그래서 좋은 「아틀리에」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김 화백의 신년 설계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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