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 작가 김성동씨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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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내 정신의 본향인데 소설로 인해 괜한 오해가 생겼던 거죠."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55.사진) 씨가 24일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는 제 7회 현대불교문학상 소설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김씨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 『꿈』. 그의 출세작인 『만다라』이후 23년 만에 내놓은 소설로 승려와 여대생의 사랑이란 줄거리 아래 참선의 의미와 선승들의 가르침 등 구도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김씨의 이번 수상이 화제를 모으는 것은 김씨와 불교계와의 관계 때문이다. 19세 때 출가해 10여년간 수행정진하던 그는 1976년 불교소설 현상모집에 당선했다.

그러나 발표 후 그 작품은 불교계를 악의적으로 비방했다는 시비에 휘말렸고 그는 결국 산문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이후 쓴 『만다라』 또한 구도의 길에 나선 승려가 번뇌와 방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결국 저잣거리로 향한다는 내용 때문에 불교계로부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수상을 기점으로 불교계가 김씨를 '복권'시키는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지난해 김씨는 『만다라』의 결말을 주인공 법운이 '피안행 열차'를 타고 구도의 세계로 들어가는 내용으로 1백80도 개작해 심경의 변화를 피력했다.

그는 "불교계를 의식했다기 보다 세월이 지나면서 열정과 정제되지 않은 분노에 가득찼던 20대 때와 다른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난해 가을에는 그도 속세를 등지고 강원도 평창의 인적 없는 산 속으로 들어가 선원(禪院) 을 일구고 있다.

"깨달음의 세계를 향한 여정에 비하자면 문학은 이차적인 거죠. 내가 지금 미치겠는 이유는 둘 중 어느 것 하나 목숨 던져 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그러다 나도 중생에 불과하니까 일단 공간 자체를 옮기는 데서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이렇듯 출가-환속-출가를 반복하는 그의 소설같은 삶에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불교는 엄격히 말해 절대자에 복속하는 종교라기 보다 가혹하게 자기를 추구하고 자기와 대결하는 자력(自力) 신앙입니다. 그러니까 더 막막하고 어렵죠. 정신적 허기가 커질 때 마지막 희망이 보이는 곳이 산이고, 산에 있는 절인데 그걸 특정 종교라기 보다 깨달음의 도정을 걷는 우리 정신의 원형질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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