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기업의 재능기부 러브하우스 300호 탄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구도시철도공사 시설사업소 소속 ‘참사랑봉사단 시설지부’ 회원들이 류한국 사장(솔 들고 작업하는 이)과 함께 7일 달서구 송현동의 심숙희씨 집에서 도배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도시철도공사]

지난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송현동의 한 주택가에 노란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등에는 ‘DTRO 참사랑봉사단’이란 글이 적혀 있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자원봉사 모임 회원들이다. 이들의 손에는 장판과 벽지·톱·망치·스패너 등 작업용 공구와 집수리 재료가 들려 있었다. 회원들은 곧장 심숙희(여·73)씨의 단독주택으로 향했다. “파이팅”하는 구호와 함께 작업이 시작됐다.

 먼저 심씨가 사는 방(12m²)에 들어가 천장에 붙은 전구부터 갈았다. 낡은 두꺼비집과 녹슨 수도배관도 교체했다. 오래돼 끊어진 TV선 등 어지러운 배선을 정리했다. 톱으로 나무를 잘라 움푹 파인 방 문턱도 갈고 벽지도 새로 발랐다. 15명이 4시간여 동안 작업한 끝에 심씨의 집은 새집으로 변했다. 심씨는 “집이 낡아 생활하기 불편했는데 이렇게 고쳐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참사랑봉사단 시설지부’가 300번째 ‘러브하우스’를 만들었다. 2010년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찾아 집수리 봉사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의 기록이다. 참사랑봉사단 시설지부는 도시철도공사 시설사업소 소속 직원 200여 명으로 구성된 봉사 모임이다. 시설지부는 15명씩으로 팀을 꾸려 매주 두 차례 이상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맥가이버’ 봉사단으로 불린다. 단순히 장판과 벽지를 바꿔주는 여느 집수리 봉사와 달리 기술이 있어야 만지는 전기·배관·목공작업까지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도시철도 시설의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에 근무하는 기술자들이어서 가능하다. 지하철 선로, 전동차의 모터, 각종 영상장비 등을 10년 이상 만진 전문가다. 이들이 처음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2006년이다. 회원 한 사람당 매달 5000∼1만원을 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가끔 도시락을 만들어 경로당에 돌렸다.

 그러던 중 차준영(50) 차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기술자들이 모인 만큼 차별화된 봉사활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혼자 사는 노인의 집을 예쁜 ‘러브하우스’로 꾸며주자고 제의했다. 그러곤 목공·전기·배관·장판·벽지·청소 등으로 역할을 나눠 봉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낡은 집에서 생활하느라 어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러브하우스를 꾸미는 데 드는 돈은 한 차례에 평균 50여만원. 회비로는 부족할 때도 많다. 이때마다 간부급 회원들이 지갑을 연다. 대구도시철도공사 류한국(59) 사장은 “회원들이 자원봉사의 뜻을 살리기 위해 벽지·못·전선 등 모든 재료를 회비로 구입한다”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시설지부는 새로운 봉사활동을 구상하고 있다. 소년소녀가장의 집을 꾸미는 것이다. 회원과 아이들을 멘토-멘티로 연결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할 계획이다. 김대현(58) 참사랑봉사단 시설지부장은 “손재주가 있는 회원이 많다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