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코에 테이프 대구 고교생 질식사 자살? 타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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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구의 한 고교생이 마스크 모양의 투명 테이프를 입과 코에 붙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0시20분쯤 대구시 남구 한 주택 2층 방 안에서 대구 모 고교 2학년인 A군(16)이 숨져 있는 것을 아버지(50)가 발견했다. 아버지는 “16일 오후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경북 청도에 가족 제사를 지내러 갔다가 돌아와 보니 아이가 침대 옆 방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A군의 입과 코엔 넓이 5㎝ 크기의 투명테이프가 여러 겹으로 덧대 붙어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일단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부 침입이나 반항 흔적, 외상 등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연탄불 등 흔히 볼 수 있는 자살 방법이 아니어서 자살사이트 등에 유사한 사례나 목격자 등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군의 경우 자살자가 죽기 직전 흔히 느끼는 고통의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의심하고 있다. 보통 질식해 숨지기까지 2분 정도 걸리는데 이 경우 자살자는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A군의 경우 테이프를 떼려는 시도 등의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경찰은 누군가 A군을 살해한 뒤 입에 테이프를 붙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입안을 조사했으나 수면제·환각제 등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군의 자살동기도 뚜렷하지 않다. 유족은 경찰에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우울증이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지난해 5월 학생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를 두 차례 했지만 ‘정상’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키 위해 부검을 검토 중이다. 또 왕따 문제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A군의 휴대전화, 컴퓨터를 분석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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