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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송년화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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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일제히 막용 연 대학미전으로 한 고비에 오른「송년화랑」은 노장·중견의 개인전이 잇따라 풍성한 수확. 오랜만에 개인전을 갖는 허백련(2∼7일 중앙공보관)옹을 비롯하여 김기창·박래현부부(1∼7일 신세계화랑) 김흥수(1∼7일 신문회관) 박상옥(8∼14일 신세계화랑)제씨 및 기독교 미협전(8∼13일 신문회관) 등. 연말 재정금융의 긴축으로 울상을 하면서도 작품매매는 좋은 편이다. 허백련씨가 40여 점, 김흥수씨 30점. 김기창씨 10여 점·박상옥씨도 개장 초일로 15점이 예약됐는데 사는 층의 요구에 따른 셈인지 한결같이 구상화다. 여기 「송년고랑」을「스케치」해 본다. <석>

<침묵 25년에 무르익은 붓끝…허백련 남화전>
의재 허백련(70)옹은 참 오랜만에 개인전율 마련했다. 5·16혁명 당시 문열자 닫아버려 사실상 25년만의 개인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출품은 45점, 모두 작·금년의 작품.
화단의 원로로, 남화에 대가인 그는 지극히 붓끝이 무르익은 산수화를 내놓는데「사군자흑화전풍」은 12폭의 대작으로 특히 심혈을 기울인 작품. 하루도 손을 쉬지 않는다는 근황이다. 광주 무동산기슭에 그가 세운 농업기술학교의 기금을 보태기 위해 전람회의 형식을 갖췄노라고 말한다.

<한결 화사해진 작품세계…김기창·박래현 부부전>
동양화단의 부부화가 김기창·박래현씨의 부부전은 이번이 11번째.
64·형65년에 걸쳐 구미화단을 돌아보고 온 이들 부부에게 있어 고국전이자 결혼 20주년을 맞는 기념전. 또한 뒤뜰에 부부 공동의 아틀리에를 큼직하게 신축하고 갖는 첫 작품전. 그러나 이 부부전은 그런 타이틀보다 그들 자신 발돋움하고있는 작품세계에 의미를 부여해야할 것 같다. 김 화백은 종래 이끼 낀 돌의 「이미지」에서 분장회청사기로 한 걸음 구체화했다. 빛깔도 한결 화사해졌다. 박 여사는 훨씬 변모한 작품을 보여 이채. 끈을 엮은「태미스트리」는 화가의 자수로서 충분히 이목을 모았다.
각기 추상작품 15점을 내놓은 외에 전시장밖에는 산수·화조 등 20여 점. 살 사람 역시 그쪽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7년만의 박상옥 개인전>
양화가 박상옥씨는 7년만의 개인전이다. 향토색 짙은 소재를 즐겨 다루는 그는 이번에도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어린이들과 연자방아간 외양간, 담장 등을 큰 화폭에 담았다.

<잘고 강렬한 색채의 파편들…김흥수 개인전>
벽면의 사방에서 무수한「얼굴」들이 지켜보는 김흥수씨의 전시장에는 시골「풍경」과 군무 그리고 누드가 간간이 끼어있는데 잘고 강렬한 색채의 파편들 때문에 무거운 분위기.
그가 61년 파리에서 귀국할 당시 반 추상이란 기치아래 보여준「에로틱」한 나녀들은 이제「모자이크」처럼 구성한 색채 속에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어지럽게 배치된 원색들은 오히려 환상 성을 지닌다.
그는 다시 화면을 분할 그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몇 토막으로 나누어본다. 혹은 개개의 파편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담으려 시도한다. 물론 표현기법에 대한 집념이다.

<생산적 연구 아쉬운 대학미술교육…각 교 발표전
금년의 화랑은 대학의 발표전으로 고비를 이루는 것 같다. 덕성여대의 생활미술전 11월 (18∼23일 신문의관) 수도여사대의 미술전(20∼25일 중앙공보관) 성신여사대의 습작전(21∼30일 신문회관) 서라벌예대의 졸업전(21∼27일 예총화랑) 홍익대학과 공전의 홍대전(23∼2월 3일 경복궁미술관) 등이 같은 시기에 다투어 열렸다.
교문 밖으로 뛰어나오려는 현상은 요즘의 특징이긴 하지만 그래도 환영치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대학미술교육이 어떤 모양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반성해야겠다.
현재 미술교육은 서너 가지 교육방침이 주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생활미술·창조미술·조형적인 사고방식의 훈련. 즉 첫째는 미술을 위한 교육이요, 둘째는 미술에 관한 교육 곧 미술의식의 개발이요, 셋째로는 미술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교육목적 그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신의 습작전은 교육과정을 충분히 보여주는 본보기였고 홍대전은 노력의 결과로 규모의 크기를 보였다.
오늘날 생활미술 분야가 필연적으로 개발돼가고 있지만 그것의 본질이 모호한 만큼 이제 미술교육은 어렵고 벅찬 문제에 부딪쳐 있다.
모름지기 미술교육의 본질전인 과제거나 생활미술이거나 그것을 좀더 생산적인 면에서 연구하고 실현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이번 대학미전의 전체적인 느낌이다.

<미술평론가> 황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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