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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우리선수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뜻밖의 구우 만나 여자선수들 환대
○…우리 여자선수들은 뜻밖에 한 구우를 만나. 환대를 받고 있다. 구우는 6·25동란 때 국제적십자 봉사대원으로 한국에 3개월 동안 근무했다는「부라탕」(45) 태국 아주머니.
지금도 태국 적십자봉사대원으로 여자식당에서 일하고있는「부라탕」아주머니는 우리선수들을 보자 기쁘다고 말하면서 근무시간이 끝난 후에도 매일같이 각 선수들의 방을 순방, 우리선수들이 좋아하는「바나나」를 몰래 갖다주고 갈이 얘기를 나누면서 마치 어머니와 같은 친절을 베푼다.
이 때문에「부라탕」아주머니를 모두 어머니라 부르고 있는데 4일 저녁 대는「부라탕」아주머니가 우리선수들이 먹고 싶어하는 김치대용으로「메뉴」에도 없는 무짠지를 만들어주어서 우리선수들이 오랜만에 입맛을 돋우었다.

<2백 넘는 전압에 녹음기 등 고장나>
○…이곳의 전압이 높아 예술단이 골탕을 먹고 있다. 우리예술단은 5일의 공연을 앞두고 한국에서 가져온 눅음「테이프」로 연습을 하려했으나 녹음기가 모두 고장나 육성으로 노래 가락을 부르며 연습을 하고있다.
까닭인즉 이곳의 전압은 2백20V인데 한국에서 가져온 녹음기는 1백10V짜리, 처음 시험을 하자마자 녹음기가 고장이 났다는 것.
예술단뿐만 아니라 임원들이 가져온 면도, 다리미 등 전기용구가 녹음기의 경우처럼 모두 고장이 나서 쓸데없이 되어버렸다고 울상이다.

<너무 비싼 세탁비 쉬운 건 손수 빨아>
○…선수촌의 음식값 등 다른 것은 모두 싼 데 세탁비가 비싸서 선수들이 비명이다. 선수촌의 세탁비는 가장 간단한 내의가 우리 나라 돈으로 80원, 양복도 최고 2천4백원까지 호가하고있다.
그래서 선수촌은 될수록 옷을 오래 입고 간단한 세탁물은 자기가 직접 하려고 하는데 그나마도 전기다리미 등 용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맡겨야만 한다는 것.

<심한 더위에 두통 하루 환자 20여명>
○…선수촌이 아무리 열대지방의 기온을 타지 않는다고 해도 그 영향은 확실히 있는 듯. 선수촌본부에는 매일같이 20명 이상의 환자가 몰리는데 그대부분은 고온으로 인한 두통과 소화장애 환자. 그리고 모기에 물려 의무반을 찾는 선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열대지방의 영향이 어떻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의무반은 가벼운 병이라 1주일만 지나면 완쾌되리라고-.
그밖에 연습 중에 다친 환자가 더러 보이는데 2일에는 하키의 김동한 선수가 공에 턱을 맞아 이(치)가 하나 부러지고 턱이 약5「센티」찢어져 임원들을 당황케 했다.

<인기 끈 예술단원「무슨 선수냐」고
○…우리 여자선수들 중 태국 남자선수들로부터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10명의 예술단원. 이들이 남자선수촌을 지나치노라면 장난기가 많은 외국남자선수들은「코리아·넘버원」이라고 아우성이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술단원은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날씬한 몸매에 화장까지 하고 다니기 때문.
그러나 무슨 선수냐고 물으면 이들은 그만 얼버무리고 만다.
그래서 어느 임원은 예술단원을 선수촌에 입소시키지 말았어야 할 것이라고 노파심에 어린 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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