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범법자 만드는 구간결제 제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어린이집에 아동의 출석일수에 따라 보육료를 수납하는 ‘구간결제’ 제도가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출석일수를 3개 구간으로 구분한 뒤 5일 이하의 경우 25%, 6~10일의 경우 50%, 11일 이상의 경우 100%의 정부지원보육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언뜻 합리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 제도가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알 수 있다.

 20명이 정원인 어린이집에 정원이 모두 찼고, 1인당 30만원의 보육료를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자. 다문화가정 아동이 외가에 1주일간 다녀온다고 하고는 현지 사정으로 2~3주를 결석해 결국 출석일수가 5일밖에 안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구간결제 제도에 따라 어린이집은 해당 아동과 관련해 받아야 할 30만원의 보육료 중 7만5000원만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재입소 절차를 밟으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 결석을 이유로 퇴소 처리를 할 수도 없다. 보육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보육료를 올려 받기도 힘들다. 반면 교사 임금과 차량 운행·냉난방비 등 지출은 줄지 않는다. 줄어든 수입만큼의 손실을 고스란히 어린이집에서 떠안게 되는 것이다.

 보육료는 보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당연한 대가다. 학부모 대신 정부가 지급한다고 해서 그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 구간결제 제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할 ‘무상’을 어린이집에 전가하는 것이다. 또 구간결제를 엄수하지 못하면 보조금 반환, 운영 정지 등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위법을 오히려 양산하고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다. 그간 국가 발전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온 보육인들에게 무슨 면목으로 또다시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박문택 법률사무소 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