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경이 서로 감시해야 정의가 바로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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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현직 검사가 검찰 수사관들의 비리 관련 진술을 받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검찰청도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내부 비리가 포착돼도 덮어버리는 악습이 또다시 확인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검찰 수사관 2명은 2007~2009년 서울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장 비리 수사와 관련해 창호업체 사장에게서 무마 청탁과 함께 유흥주점 향응 등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해당 조합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내용은 2009년 별도의 사건으로 구속 수사를 받던 창호업체 사장이 A 검사에게 밝혔으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 A 검사가 상부에 보고하고 B 검사에게 넘긴 뒤 B검사는 수사관들에 대해 어떤 조사나 처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3년 전의 일이 다시 불거진 것은 경찰이 검찰 수사관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면서다. 만약 이번에 경찰 수사가 없었다면 계속 파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상대 조직의 비리 의혹에 감시견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다. 이러한 상호 감시와 견제가 상시화하면 내부에서 묻힐 수도 있는 비리가 햇빛 아래 드러나 사회 정의가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검찰은 감찰 조사를 은폐 의혹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해당 수사관들은 대검 감찰 등을 이유로 경찰 소환에 불응하지 말고 경찰에 당당하게 나가 사실 그대로를 밝혀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를 놓고 불거졌던 검경의 이중수사 논란이 재연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사정(司正)의 칼날은 사정기관 외부는 물론 내부를 향해서도 겨눠져야 한다. 그래야 법과 원칙이 바로 설 수 있다. 사정기관의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않는 한 정의 실현은 한낱 표어에 불과할 뿐이다. 어제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내정됐다. 검찰이 보다 단호한 자세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