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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갱생원의 변덕아 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남편의 유언 따라 헌신
『내가 죽은 후라도 이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고 갱생시키는데 몸바쳐 주시오.』사재를 털어 전주 갱생원을 운영하고있는 변덕아(34) 여사에게는 2년 전 남편이 숨질 때 남긴 유언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변 여사는 전주시내 호성동 한 모퉁이 낡고 협소한 동사무소창고에서 50명의 불구노령자 및 거지들과(남자27·여자23)생활을 함께 하며 이들을 돌보는데 젊음을 바쳐 왔다. 196l년 가을 남편 이봉수(당시 28세·전북대학 정치학과졸업)씨는 어느 날 밤 전남 순천시내를 걸어가다 영양실조로 땅바닥에 쓰러진 소년걸인을 보았다.
이씨는 이 소년걸인을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밥과 옷을 주었다. 그러나 이튿날 이 소년은 종적을 감춰버렸다. 이씨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거지들을 갱생시키려면 그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길밖에 없다고 느꼈다.
그리 넉넉지도 못한 이씨는 부인 변씨(순천 매산여고졸업)와 걸인의 갱생사업에 몸바치기로 결심했다.
전주시내 전주천 변 완산다리 밑에 천막을 치고 거지들과 숙식을 같이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 갱생원을 거쳐 자활의 길을 마련한 사람이 2백50여명, 그간 숨져간 50여명의 불구노령자의 장례도 부모 못지 않게 치러주었다.
지금 변 여사에겐 외동딸(8)이 있을 뿐. 대부분이 불구노령자인 원생들은 원장인 변 여사를 하늘처럼 믿으며 희망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전주=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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