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요정 돼 고국땅 밟은 '입양소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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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고싶었던 고국에서의 첫 무대인만큼 반드시 우승하고 싶어요"

오는 24일 개막하는 4대륙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출전차 미국으로 입양된 뒤 처음으로 고국땅을 밟은 한국계 '빙판 요정' 앤 패트리스 맥도너(16)는 이렇게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날 새벽에 대회지인 전주에 도착해 시차 적응은 물론 아직 여독도 풀리지 않았지만 첫 훈련을 계획대로 소화한 맥도너는 피겨 강국 미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타다. 맥도너는 "시즌중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의 팬레터가 집으로 배달된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피겨 여왕' 미셸 콴, 사라 휴 등과 함께 미국 국가대표 A그룹에 속해있는 맥도너는 스핀에 있어서만은 콴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정상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환한 미소와 탁월한 표정 연기 또한 일품인 맥도너에게는 하지만 그 미소에 어울리지 않는 아픈 과거가 있다. 생후 14개월만에 낳아주신 부모 품을 떠나 먼 이국 땅으로 건너가야 했던 것.

다행스럽게도 맥도너를 입양한 가족에는 한국인 어머니 순희씨가 있었고 맥도너는 한국인 어머니 슬하에서 어렸을 적의 아픔을 잊고 보통 아이처럼 커갈 수 있었다.

스케이팅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권유로 4살부터 얼음을 지치기 시작한 맥도너는 피겨스케이팅에 놀라운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96년에는 전미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10살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역시 한국계인 동갑내기 남나리는 4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맥도너는 이후 슬럼프에 빠져 아예 1∼2년은 스케이트를 신지도 않았고 친구이자 라이벌인 남나리가 99년 전미선수권대회에서 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지켜만 봐야했다.

맥도너가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은 2000년 전미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4년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그후 지난해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꾸준한 상승세에 있던 맥도너는 올림픽 출전도 낙관됐지만, 이달 초 열린 전미선수권대회에서 아쉽게 점프에서 실수하며 6위에 머물러 3위까지 주어지는 티켓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맥도너는 "2006년 올림픽에서는 출전권뿐만 아니라 금메달까지도 따보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고 톰 자카라이섹 코치 또한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한국이 춥기는 하지만 아름답다"는 맥도너는 "시합이 끝난 뒤 한국을 며칠 돌아보고 싶지만 학교에 수업을 빼먹고 와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며 장난스런 웃음을 지었다. (전주=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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