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핵 문제 다자협의 北, 수용으로 선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의 방북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중재 노력과 맞물려 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의 방북(18~21일)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로슈코프는 방북 전에 한.미.일.중과 대책을 협의했고, 최성홍(崔成泓)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대북 특사 발표 직후 로슈코프와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

로슈코프가 들고간 중재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토대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로슈코프는 23일 방러 중인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에게도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로슈코프는 북한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일괄 타결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핵 관련 국제 합의 준수▶다자간 방식 통한 대북 안전보장▶대북 인도적.경제적 지원이 그것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북.미 양자간 협의를 우선하는 것을 조건으로 다자 협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林특사 방북은 북한 핵문제의 다자 해결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일.러 등 한반도 주변 당사국은 대부분이 핵문제의 다자 해결을 바라는데다 북한도 이에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林특보의 방북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다음 주말께로 예정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대북 결의 채택과 북한 핵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 움직임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만큼 북한을 압박하는 조치를 취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도 林특보의 방북을 반길 것으로 보인다.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사찰 결과 보고(27일)와 이라크 개전에 대한 유럽 우방의 반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으로선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선 한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林특보의 방북은 북한 핵문제의 다자 해결 구도와 관련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해법의 가닥을 잡지 못할 경우 우리 정부가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