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IC카드 대체 서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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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역 농협에 이어 은행 카드까지 불법복제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카드 소지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광주.우리은행 등에서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자 은행 창구마다 고객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해 사고 은행들과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고가 "구형 현금카드의 문제"라며 "문제의 카드를 전량 폐기, 신형 카드로 교체한 만큼 추가 위.변조 사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카드가 문제였고, 어떤 카드가 안전한지 등을 금융권별로 살펴본다.

◇"IC카드가 대안"=이번에 문제가 된 농협 카드는 1991년 이전의 엉성한 보안체계를 가진 구형카드였다. 이 카드들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만 알면 실물카드 없이도 똑같이 복제품을 만들 수 있어 사고위험이 컸다. 광주.부산은행의 사고 카드도 마찬가지다. 이런 구형카드들은 이번에 전량 폐기, 교체된다.

그것으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농협 현금카드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급돼 있는 게 마그네틱 카드다.

마그네틱 카드의 보안체계도 1백%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상규 삼성카드 신기술팀장은 "마그네틱 카드도 전자상가 등에서 불법으로 나도는 판독기를 구입해 암호체계를 복사해 복제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도 비밀번호를 모르면 현금 인출은 안되지만 이런 불법 카드로 신용 결제는 할 수 있어 고객이 곤란해질 수 있다.

카드부정사용방지 실무위원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부정사용 건수와 액수는 99년 2만8천9백76건에서 2001년에는 5만8천9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만5천건(추정)으로 더 늘어났다. 피해액수도 99년 2백45억원에서 지난해에는 7백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범죄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어 카드 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바꾸는 방안을 최종적인 대안으로 제시한다. IC카드는 수퍼 컴퓨터를 10년 돌려야 풀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한 암호체계를 갖고 있어 실물이 있어도 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대책 마련 분주=은행들은 우선 현재 사용 중인 마그네틱 카드의 보안체계를 대폭 강화해 불법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IC칩 카드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우리은행은 고객들이 갖고 있는 현금카드에 복제방지용 암호코드를 추가로 입력하기로 했다. 외환은행은 비밀번호 입력창을 임의의 순서로 재배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비밀번호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부터 현재 마그네틱 현금카드와 직불카드를 전부 IC카드로 교체키로 했다. 국민은행이 발급한 현금.직불카드수가 약 1천5백만장이므로 한장에 5천원씩 하는 IC카드로 모두 바꾸려면 약 7백50억원의 비용이 든다.

지역 농협과 우리.부산.광주은행 등은 현금카드 뒷면 마그네틱테이프에 위조를 어렵게 하는 4~10자리 수의 난수를 입력하고 기존에 발급된 카드의 교체 등에 나서고 있다.

조흥은행은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화면상에 '비밀번호에 10을 더한 숫자를 쓰시오' 등의 지시문을 내보내 비밀번호 노출을 막기로 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예금신청서와 예금출금의뢰서의 고객비밀번호 기재란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카드와 통장의 비밀번호를 이원화하고 카드 비밀번호를 고객이 전표에 쓰지 않고 단말기에 직접 입력하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사.백화점 카드는=은행과 마찬가지로 마그네틱 카드를 사용한다. 이들 업체는 이중.삼중의 보안체계를 갖춰 위.변조의 위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1백%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마그네틱 카드도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안전하지만 더 안전한 IC카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이중 암호장치를 통해 보안에 관한 한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증권카드에는 은행과 연계된 카드번호를 더 추가해야 하는데 외부에서는 번호를 알아내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신협카드 '안전 자신'=지난해 2월부터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신형카드를 발급했다. 신형카드는 마그네틱 안에 비밀번호를 넣지 않고 금융결제원 통합 전산망을 연결해 비밀번호를 확인토록 돼 있어 기존 카드보다 보안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비밀번호를 카드 MS에 새겨놓은 농협의 구형 현금카드와 달리 비밀번호를 알더라도 암호 모듈을 모르면 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신형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한 신협도 저축은행과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 농협사고와 같은 위조사례는 없으며 안전하다"고 말했다.

장세정.김준현.주정완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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