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통령 만든 한국, 더 많은 여성 리더 나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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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인하우스카운슬포럼 세미나장에서 양재선 변호사(왼쪽)와 포즈를 취한 수전 밴큐린 미국 오멜버니 파트너 변호사. [사진 인하우스카운슬포럼]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국내 최대 기업소속 변호사들의 모임인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회장 연태준 변호사) 주최 제1회 여성 리더십 포럼 현장. 변호사 100여 명이 참석한 이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여성이 있었다. 미국에서 온 수전 밴큐린(52) 변호사다. IHCF가 최근 설립한 여성분과(회장 양재선) 창립 기념 행사를 겸해 열린 이날 포럼에서 그는 ‘여성을 위한 바람직한 리더십’ 주제의 강연자로 나섰다.

 밴큐린은 한국 법조계엔 일찌감치 알려진 여성이다. 미국내 20대, 세계 33대 로펌으로 꼽히는 오멜버니 앤 마이어스(O’Melveny & Myers, 이하 오멜버니)의 파트너 변호사로, 지난 10년 간 미국에서 진행돼온 SK하이닉스와 미국 반도체 회사 램버스 소송에서 하이닉스를 승리로 이끈 주역 중 1명이기 때문이다. 오멜버니는 특허 및 반독점 관련 소송에서 하이닉스를 변호해 2011년과 지난해 잇따라 승소했다. 밴큐린은 반도체, 전자, 정보통신(IT) 분야의 지적재산권 및 특허 관련 소송 전문가다. 오멜버니의 파트너 변호사는 200여 명이고 이 가운데 여성은 30명 정도라고 한다.

 - 포럼의 주제 강연자로 나서게 된 계기는.

 “지난해 오멜버니의 한국 사무소 개소 과정에서 IHCF내 여성분과위를 준비중이던 양재선(44·한국씨티은행 법무지원부) 변호사를 만나게 됐다. 당시 우리는 한국에서 탈북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미국 방문도 주선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양 변호사를 만나 이 모임도 지원하고 강연도 맡게 됐다.”

 - 이른바 ‘잘나가는’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다. 여성으로서 어려움이 없었나.

 “그나마 법조계가 조금 더 평등하게 일할 수 있다고 하지만 미국내에서도 여성들의 어려움은 많다. 다만 미국 로펌들은 회사내 다양성을 고취하고 여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일하도록 하기 위해 내부에 멘토링 시스템과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나도 좋은 멘토를 만났고, 나를 인정하고 도와주는 분들의 힘을 얻었다.”

 - 10여 차례 방한했다고 들었다. 한국 여성들은 어떤가.

 “상당히 긍정적이고 활동적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앞으로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에게 한국 기업들이 유독 미국에서 소송을 많이 당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삼성, 하이닉스, LG 등의 한국 기업들이 단시간 내에 다른 나라 기업들을 따라 잡으며 해당 산업의 선두주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송 당한 한국 기업들은 준비가 부족해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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