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백신, 희망적.비관적 연구 동시 발표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연구진이 17일 에이즈백신 개발에 희망을 주는 연구결과와 에이즈 퇴치에 비관적 전망을 주는 연구결과를 동시에 내놨다.

한 연구에서는 원숭이에 주사한 에이즈백신이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연구에서는 살아남은 에이즈 바이러스가돌연변이를 일으켜 백신의 공격을 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머크 연구소의 에밀리오 에미니 박사팀과 보스턴 하버드의대 댄 바로우치 박사팀은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17일자)에 이 연구결과를발표했다.

에이즈는 20년 전 처음 확인된 후 지금까지 2천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4천만명 이상이 감염돼 있지만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HIV의 종이 매우 많고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 B 림프구가만들어내는 항체를 이용하는 고전적인 백신 개발법으로는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어렵다는 것이다.

에미니 박사팀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찾아내 파괴할 수 있는 세포독성을지닌 T 림프구(CTL)를 활용한 3가지 백신을 개발, HIV와 원숭이 면역결핍 바이러스(SIV)의 잡종인 SHIV에 감염된 마카크 원숭이에 투여했다.

연구진은 SHIV에 감염된 원숭이 몸에 들어가 CTL의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생성토록 하는 유전물질(DNA)이 든 3가지 백신을 각각 다른 방법으로 마카크 원숭이에 투여했다.

한가지는 제5형 아데노바이러스(Ad5)를 변형시켜 사용했으며 다른 하나는 천연두 백신에 사용된 해가 없는 바이러스를 이용했으며 3번째로는 플라스미드 DNA 백신이라는 것을 사용했다.

실험결과 Ad5 백신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들은 Ad5 백신을투여하고 70일 뒤 혈액 내 CD4 면역세포는 10배 증가한 반면 바이러스는 백신을 투여하지 않은 원숭이의 10-50분의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미니 박사팀은 이 결과에 대해 "Ad5 백신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1을 퇴치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별도 백신 실험을 해온 바로우치 박사팀은 붉은털 원숭이 8마리에백신을 투여한 결과 7마리의 면역체계는 SHIV와 효과적으로 싸웠으나 한 마리에서는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8번째 원숭이의 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이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백신의 공격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우치 박사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통해 백신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앞으로 수년 내에 인간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CTL을 이용한 에이즈 백신의큰 약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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