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달리기의 복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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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호 20면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요즘 한강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에는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달리기는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즐기는 운동이다. 비만 방지에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이자 전신 운동이다. 하지만 몸에 유익한 달리기도 무리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바로 족저근막염과 아킬레스건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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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김모(45)씨는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고 주말에 10㎞ 이상씩을 꾸준히 달렸다. 그런데 어느 날 달리기를 마친 뒤 갑자기 발 뒤꿈치가 아파왔다. 통증이 지속되고 열감도 느껴졌다. 달릴 때에는 아픈 것을 못 느껴 계속 운동을 했지만 이게 화근이었다. 급기야 어느 순간부터 뛸 때도 통증이 느껴졌고, 발바닥까지 통증이 퍼져 필자를 찾아왔다. 검사를 해보니 족저근막염이었다. 족저근막은 아치 모양의 발 뼈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체중이 실리면 아치 모양의 뼈 구조물이 점차 주저앉는다. 이른바 기능성 평발이 되는 것이다. 동시에 주저앉는 뼈를 받치는 족저근막도 늘어나고, 이 근막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만성이 되면 족저근막이 두꺼워지고 계속 통증이 일어난다. 보통 달리기를 할 때는 자기 몸무게의 최대 100배까지의 하중이 발에 가해진다. 오래 달릴수록 족저근막에는 엄청난 힘이 전해진다.

 아킬레스건은 발뒤꿈치 뼈 뒤쪽 위에 자리한 힘줄로, 종아리 근육과 이어져 있다.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때는 발목이 위아래로 움직임을 계속해 아킬레스건에 부담을 주게 된다. 아킬레스건으로 고스란히 하중이 가해지는 것이다.

 무리한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로 종아리 근육이 뭉치면 뻣뻣해지고 충격 흡수를 못하게 된다. 또한 발뒤꿈치 뼈에 부딪히면서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발생한다. 만성화되면 아킬레스건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진다. 결국 조직이 약한 상태가 되어 끊어지기도 한다.

 두 질환 모두 초기 발견이 어렵다. 달리기 전엔 아프다가 달릴 땐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달려야 안 아프다는 생각이 들어 병을 악화시킨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조직들이어서 회복도 더디다. 두 질환에 걸려 제대로 나으려면 꼬박 6개월이 걸린다.

 무엇보다 예방이 상책이다. 우선 달리기를 하고 난 뒤 아프지 않더라도 발바닥을 손가락·골프공·병 등을 이용해 가볍게 마사지를 해준다. 이후 발가락을 위로 잡아당기면서 스트레칭을 해준다. 아킬레스건의 경우에는 종아리 근육을 마사지하고 스트레칭을 한다. 둘째로 발가락을 구부려 아치를 만들어주는 아치폼 운동을 하루 20~30회 정도 해주면 족저근막염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발뒤꿈치를 살짝 들고 한 발로 서있기를 30초간 하루 10회가량 하면 아킬레스건이 튼튼해진다. 달리기 초보자의 경우 시간 조절이 중요하다. 처음엔 10분간 달리기를 한 뒤 자신의 몸에 맞게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 이미 족저근막염이 왔다면 치료와 더불어 달리는 대신 걷기로 바꾸고, 신발에 아치를 받쳐주는 의료용 깔창을 해주면 좋다.
  



나영무(50) 재활의학과 전문의. 축구 국가대표팀 주치의, 피겨 김연아 선수 주치의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운동이 내 몸을 망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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