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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은 「국제관광의 해」|「관광한국」의 활로…6장(4)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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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낯선 곳을 찾아가는 관광객들은 교통편 다음으로 숙박시설을 걱정한다. 먼 거리 여행에 지친 관광객들이 목적지에 가서 편히 쉴 잠자리를 원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잠자리가 없거나 마땅치 않으면 모처럼의 관광여행을 잡치기 마련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37개의 관광「호텔」에 1천9백여개의 객실이 있다. 이 가운데 외국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수준의 것은 불과 1천3백27개실. 연 6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들어오고 연평균 30% 이상이나 관광객들이 늘고 있는 사정아래서는 엄청나게 모자란다.
그러기에 국제수준에 달한다는 반도·조선「호텔」이나 「워커힐」, 그리고 소수의 민영「호텔」은 언제나 85∼95%의 높은 이용율을 보이고있고 여기에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거나 몇 백명의 외국인만 일시에 찾아들어도 주최측은 재울 잠자리를 마련하기에 거의 구걸행각을 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지난 9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동양 및 동남아 「라이언즈」 대회가 한달 이상이나 연기되었고 그나마 참가를 희망하는 외국인회원 중 적어도5, 6백명은 끝내 받아주지 못한 「난센스」를 빚기까지 했다.
이 같은 「호텔」난은 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붐」을 타고 일본인들의 입국이 크게 늘면서부터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만 해도 5백개 실이 모자랐다.
정부는 이 같은 「호텔」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5월의 경제 각의에서 「호텔」을 신·개축하는 민간업자들에게 자금의 절반을 융자해주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에서만 YMCA(60실) 세종「호텔」(수도여사대자리·250실) 「앰배서더·호텔」(81실) 등 3백91개 실의 객실이 새로 마련되기 시작, 3억원의 정부융자까지 받았으나 아직껏 완공을 못보고 있다. 연내에 이것들이 완공되고 국제관광공사가 개조중인 자충단의 자유「호텔」(91실)이 내년 4월께 개관되면 우선 한숨을 돌릴 수는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가 문제다. 관광당국은 67년에 7만, 68년에 9만1천, 69년에 11만8천, 70년에 15만3천 71년에 20만명으로 외래관광이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이 격증하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데는 67년 1천9백18개실, 68년 2천4백93개실, 71년에는 4천5백66개실의 국제수준에 이르는 객실이 소요되리라고 판단되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현재보다 3배 이상의 「호텔룸」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에 4백50개실 규모의 큰 「호텔」 두 개를 지어 9백개실을 확보하고 기타 주요관광지역에 1천8백40개실의 중소「호텔」 및 5백개실의 관광여관을 건설토록 5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대규모「호텔」 건설은 8백만「달러」나 되는 막대한 외국차관을 전제로 하고 있고 중소「호텔」과 관광여관에도 내자만 9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어 정부의 과감한 재정적 뒷받침이 크게 요청되고 있다.
관광당국이 마련한 5개년 계획에는 이웃 일본에서 연간 2백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대중적인 「국민숙사」나 「국민휴가촌」 등의 건설계획이 들어있지 않아 아쉬운 감이 있다.
「호텔」의 양적 확보에 못지 않게 질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호텔」은 침실의 침대는 물론 실내가구·실내장식·욕실·환기장치·조명장치·「로비」시설 등이 완벽해야 한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렸던 PATA(태평양지구관광협회) 총회 대표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그들이 묵었던 한국의 「호텔」은 88%가 보통이거나 수준 이상이라는 호평을 해왔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워커힐」이나 반도「호텔」을 기준으로 대답해왔지만 기타 민영관광「호텔」에 대해서도 비교적 「양호하다」는데 의견을 모아 주었다. 그러나 개선을 요구하는 곳은 많았다. 침실조명이 좀더 밝아야겠다(독서할 수 있을 정도로)가 16%로 가장 많고 나머지는 욕실(물고동·바닥용 수건)시설(8) 환기강치(4), 창문·「커튼」이 나쁘다(4), 마루가 불결하다 등등 많은 불비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 고유의 온돌방에 대해 매우 좋게 보고 있다. 동양에 온 그들에게 우리의 전통적 거실이 일종의 「엑조틱」한 감상을 불러 일으켜준 모양. 89%가 평안한 것으로 판정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나 있는 구색을 갖춘 양실이나 「바」·「카바레」 등 시설도 중요하지만 우리 나라 고유의 우아한 온돌방이나 품위 있는 기생요릿집을 이방인들에게 많이 소개해야 되겠다. 식사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하다. 양식(10.6%)보다 한식(49.4%)을 더 칭찬하고 있으며 특이한 음식으로 불고기(17), 김치(9), 신선로(5), 생선(2) 등을 좋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 고유의 전통을 음미해보고 싶은 것이다. <임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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