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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부의 블랙홀' 강남이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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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인천.경기도 등에서 하루 평균 1백9만명이 들어오고 59만명이 빠져나간다.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구로 들어오는 통근.통학 인구가 45만6천명으로 가장 많다(2000년 인구 주택 총조사).

지난 12일 현재 강남구 아파트의 평균 거래 가격은 평당 1천3백49만원. 성급한 사람들은 평당 2천만원 시대를 내다본다. 25개 구 가운데 가장 낮은 금천구(4백83만원)의 2.8배다.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 못지 않게,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도 강남(강남.서초구)과 비(非)강남 지역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사람과 돈을 따라 교육.교통.문화.산업활동 등이 강남으로 빨려들어가는 '강남 블랙홀 현상'이 심각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 균형 발전에 장애가 됨은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좀먹게 된다.

강남구의 올해 예산은 2천9백억원으로 충북 충주시와 맞먹는다. 경기도 의왕시.동두천시.연천군 세곳을 합친 규모다. 강남.서초구 관내 5개 세무서에서 2000년에 거둔 소득세는 2조3백69억원으로 나라 전체 소득세의 11.6%에 이른다.

기업체의 본사와 서비스 업체가 강남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기업도 30%가 강남.서초구에 몰려 있다.

공원 면적도 다른 지역의 2.3배나 되고, 주민의 학력과 고급차 소유도 강남이 저만큼 앞서간다. 새 제품은 강남에서 명함을 내밀어야 히트상품 대열에 오를 수 있다. 백화점 고객 1인당 구매액도 강남이 강북의 1.5배다.

이같은 특정지역 독주 현상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 도쿄(東京)와 미국 뉴욕 맨해튼도 그렇다. 따라서 현실을 인정하면서 강남 블랙홀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안건혁(도시계획학)서울대 교수는 "강남 현상에 대한 욕구를 소화할 수 있는 제2의 강남 개발이 해법"이라며 "판교와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역이 후보지"라고 주장했다.

남궁근(행정학)서울산업대 교수는 "무조건 강남행을 막을 게 아니라 다른 지역에 투자를 늘려 강남에 처지지 않는 교육.주거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정책실장은 "강남의 집값 폭등은 근본적으로 교육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공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인진(사회학)고려대 교수는 "강남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가 아니다"며 "지방과 수도권에 명문고를 부활시키고 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를 강북 지역에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 cs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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