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이상호 우리들 병원장

중앙일보

입력

연초가 되면 나는 서점에 가는 버릇이 있다.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접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어쨌거나 내 개인적 삶에 가장 영향을 미친 책은 탁월한 정신치료의사 스콧 펙 박사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열음사) 임을 고백한다.

얼핏 들으면 밋밋할까? 그러나 가정과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고통과 문제를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직면할 때, 오히려 삶의 의미가 가득해진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아직도 우리는 힘든 길을 가야 하고 그것이 사랑과 자유를 준다고 말하는데, 이 메시지는 아직도 유효하다.

음식을 먹을 때도 먼저 맛 없는 것을 먹고 나중에 맛 나는 것을 먹도록 하는 습관도 이 책 때문이고, 심지어 부부관까지 바꿔줬다.

한 여자를 나와 완벽한 하나로 만들고 싶었던 젊은 시절의 내게 이 책이 일깨워준 것은 이렇다. 사랑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둘이 독립적으로 서 있어야 진정해질 수 있다는 점 말이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 도 빼놓을 수 없다. 21세기 세계의 변화를 예측한 이 책은 다 아는 대로 장래 세계는 이념의 틀이 아닌 문명의 틀로 움직여 나갈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 문명과 아시아의 문명이 서구문명과의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던 이 책은 큰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줬다.

의사란 직업을 갖고 있는 내게 가장 영향을 미친 책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추천하고 레지나 헤르츠린거가 지은 『의료 서비스 시장의 최후의 승자』(현실과 미래) 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 한 가지 분야로 특화된 전문병원만이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예언이다.

대형병원.종합병원 식의 의료 서비스는 환자들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인데, 이런 분석은 로버트 라이시의 신간 『부유한 노예』(김영사) 의 한쪽에서도 엿보인다.

환자들, 아니 미래의 수요자들은 고품질, 편리성, 저렴한 가격, 매너의 서비스를 요구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의료 혁명만이 환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이 책의 내용은 모든 보건 의료.건강 산업 분야 종사자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다.

이상호 우리들 병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