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 (73) - 브라이언 자일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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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인디언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자일스의 선수생활에 큰 변화의 계기가 찾아오게 된다. 바로 1998년 11월 18일 존 하트 단장의 결정으로 당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좌완 불펜투수 리카르도 링콘과 전격적으로 트레이드 된 것.

당시 인디언스로서 좌완 불펜투수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구단 역사상 가장 어이없는 트레이드가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이전에 페드로 마르티네즈(30,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트레이드를 거부한 뒤 이뤄진 트레이드였기에 구단이나 팬들의 아쉬움은 더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일스 개인으로서 이 트레이드는 더할나위없이 좋은 기회였다. 그는 더 이상 백업이나 대타로 코칭스태프와 주전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었으며, 새로운 보금자리인 해적선 내에서 배리 본즈(37,현 SF 자이언츠)의 파이어리츠 시절 등번호였던 24번을 물려받고 일찌감시 주전 중견수로 낙점을 받았다.

파이러츠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자일스는 마치 물 만난 고기와도 같았다. 이적 첫해 141경기 출전 타율 .315, 39홈런, 115타점, 그의 39홈런은 1973년 윌리 스타젤이 44개를 친 이후 파이어리츠 팀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수였다.

2000년에도 그의 활약은 변함 없었다. 3할대 타율(.315)와 30개 이상(35개)의 홈런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해 124타점은 1927년 폴 워너가 세운 프랜차이즈 기록(131타점)에 불과 7타점 모자란 것이었으며 특히 파이어리츠 선수로서는 2년 연속 3할,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첫번째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 해 처음으로 감독추천으로 올스타에까지 선정되기까지한 자일스의 활약에 고무된 파이러츠는 2000시즌 중반 당시 팀 역사상 최고금액인 6년간 4천4백만달러(평균 7,333,333달러)에 2005년까지 장기계약을 서둘러서 맺는 현명함을 보였다.

그리고 2001년. 그는 서둘러서 장기계약을 맺은 구단에게 그 선택이 올바른 것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비록 3년 연속 100타점에는 실패(95타점)했지만 그것은 허약한 테이블 세터진 때문이었다.

.309의 타율로 통산 타율을 .303까지 끌러올렸을 뿐만 아니라 37개의 홈런으로 지난 2년간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물론 2년연속 올스타로 선정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올시즌 특히 한국의 야구팬들은 176cm의 작은 자일스에게 강한 인상을 받아야만 했다. 지난해 8월 10일(한국시간) 벌어진 PNC파크에서의 경기에서 박찬호로부터 4타수 3안타에 단타가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등 통산 13타수 6안타, 4타점을 기록하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박찬호 입장으로서는 올시즌 자일스와 더이상 승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지난 8월 15일(한국시간)에는 9회말 김병현과의 통산 첫번째 대결에서 좌측펜스를 넘기는 홈런을 때려냄으로써 김병현으로 하여금 아쉬운 블로운 세이브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그의 탄탄하고 굵은 팔뚝은 그가 파워에서 밀리지 않는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그의 타격 폼을 보면 전성시절의 레니 다익스트라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의 타격의 원천은 바로 빠른 배트 스피드와 선구안, 특히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히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보통의 힘을 앞세우는 거포들이 좌측이나 우측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많은 반면 그의 홈런의 대부분은 주로 센터 쪽의 가장 먼 부분을 넘기는 홈런이 많다. 그것은 그의 컨택팅 능력이 뛰어남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또한 그의 통산기록에서 볼넷의 갯수(454)가 삼진갯수(355)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은 그가 뛰어난 선구안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2000년에는 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은 볼넷(114)을 얻어내었다. 그리고 지난 해 내셔널리그 홈런 20걸중 게리 셰필드(33,LA다저스)와 함께 자일스는 가장 적은 삼진 기록(67)을 나타내고 있다.

인디언스 시절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인 면도 없지 않았지만 파이어리츠로 이적한 이후 그런 모습은 많이 나아진 모습이다. 다만 2001시즌에 좌투수를 상대해서 지난 2년간에 비해 다시 약한 모습을 나타낸 것은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좌투수 상대타율 99,2000년 통산:.288 / 2001년:.267)

자일스의 강점은 타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넓은 수비범위를 가진 메이저리그를 대표할만한 전천후 외야수이다. 97,98년에는 좌익수로, 99,2000년에는 중견수로,2001년에는 다시 좌익수로 매년 가장 많이 출장한 포지션이 다를 뿐만 아니라 통산 103경기나 우익수로 등장했을 만큼 외야 세 포지션을 다 소화하는데 문제가 없다.

다만 다소 약한 어깨는 그가 우익수나 중견수보다는 좌익수가 더 어울린다는 느낌을 갖게한다.

얼마전 그는 ESPN에서 선정한 가장 과소 평가된 선수로 뽑히기도 하였다. 또한 지난해 116승의 신화를 기록한 시애틀 매리너스는 브라이언 자일스를 트레이드하기 위해 라이언 앤더슨(22), 조엘 피니에로(23), 브렛 톰코(28), 카를로스 기엔(26) 등 4명의 선수를 내주는 것을 깊이 검토하기도 하였다. 올시즌 이후 달라져버린 자일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예들이라 할 수 있다.

철강의 도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구단 그리고 '전설의 3000안타' 로베르토 클레멘테로 기억되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그러나 90-92년 3년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한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어 왔다. 그런 상황속에서 자일스의 활약은 폐허가 된 전장터에서 들려오는 한줄기 희망의 아리아와도 같은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올 2002시즌에도 자일스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만큼의 팀성적이 날 확률은 희박하다. 결국 그의 고독한 싸움은 2002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브라이언 스티븐 자일스 (Brian Stephen Giles)

- 1971년 1월 20일 생
- 176cm, 90kg
- 좌투좌타
- 소속팀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1995-9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99-현재)
- 통산성적 : 756경기, 타율 .303, 출루율 .409, 장타율 .560, 150홈런, 490타점, 486득점, 761안타, 454볼넷
- 연봉 : 7,333,333달러 (2001년)
- 주요 경력
1995년 9월 16일 메이저리그 데뷔
3년연속 3할타율, 30홈런 (99-2001)
올스타 선정 2회 (2000,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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