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인 국회 윤리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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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그간 국회 윤리를 복원하겠다는 무수한 다짐이 있었다. 이는 역으로 무수한 약속 파기가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유사한 다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역시 같은 ‘운명’이 되고 있다.

 그제 국회 윤리특위가 전체회의에서 민주통합당 이종걸·배재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이 두 의원 징계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하란 요청서를 낸 탓이었다. 여야 합의가 없는 한 최장 90일까지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니 5월 28일까지 징계를 미룬 셈이다. 그사이 징계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을 ‘그년’이라고 지칭해, 배 의원은 지난해 10월 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의 통화 기록이 담긴 화면을 몰래 촬영해 공개했다가 윤리특위 징계소위에서 ‘공개회의 사과’ 처분을 받았다.

 분명 국회의원으로서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 징계를 받는 건 마땅했다. 공개회의 사과면 과하다고 보기 어려운 수위다. 민주당은 그런데도 지난해 11월 당내 회의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이라고 했다가 ‘공개회의 경고’ 조치를 받은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과의 형평성을 빌미로 삼아 여야 간 정책 이견을 조정하라는 취지로 만든 안건조정위를 동원해 징계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한마디로 ‘꼼수’를 쓴 거다.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정치권이 얼마나 몰염치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 다.

 새누리당이 이를 두고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제 얼굴에 침 뱉기 격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에 대한 검찰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얼마 전 국회에서 무산된 데 새누리당 탓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 일정을 잡자고 했으나 새누리당이 뿌리쳤다.

 의원들의 파렴치 행위에 대한 자정(自淨)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특권 내려놓기인가. 국회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질타하기에 앞서 스스로 모습부터 돌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