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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줄이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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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서동록
맥킨지 파트너

한국은 자그마치 가계 저축의 3배에 달하는 비용을 교육비에 지출한다. 이 땅에 사는 학부모라면 사교육비 지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어 버렸다. 교육비 출혈경쟁은 명문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절대적인 믿음의 결과다. 그러나 좋은 직업에 안착하기 위한 사교육비 투자의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의 대학진학률은 7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지만, 90만 명의 대학생이 휴학 또는 취업준비 상태에 머물고 있다. 맥킨지가 한국의 대졸 취업자와 고졸 취업자의 전 생애 급여소득에서 교육비 투자액을 차감한 순소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미 고졸 취업자의 순소득이 대졸 취업자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고졸 초임의 하한선을 대졸 초임의 70%로 하고 4년 이상 근무하면 대졸 초임과 같은 수준을 주는 제도가 실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개혁 논의의 초점은 ‘대학입학제도 개편’‘대학학자금 지원’ 등에 집중되고 있다. 대학 졸업만이 좋은 직장 취업의 유일한 창구로 인식되고 있는 한,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뀐다 한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출혈경쟁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맥킨지가 전 세계 9개국을 대상으로 2012년 발표한 ‘교육에서 고용까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실업의 핵심적 해결책은 ‘입시제도’가 아니라 ‘교육과정에 대한 고용기업의 조기 참여’다.

 가장 바람직한 모델은 ‘전문직업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이미 기업 주도의 준취업 환경이 제공되어 학교교육과 기업 내 도제실습을 통해 취업으로 이어지는 대안적 루트의 확대에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직업학교를 통한 취업이 대졸취업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 들어서는 대학들조차도 학업과 도제실습을 병행하는 커리큘럼을 채택하고 있다. 더불어 취업 이후 각 기업에서 ‘마이스터(장인)’로 인증될 경우 사회적 존경과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고, 또 직업학교의 교수진으로 활동하는 에코시스템(생태계)이 구축되어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조기 확보하면 ‘인재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경우 3년 전부터 마이스터 고등학교를 도입해 바람직한 변화의 출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수가 아직 28개에 불과하며, 졸업 후 취업 및 미래 경력과의 연계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대학 교육을 통한 취업과 전문직업학교를 통한 취업의 경제적 이득이 비슷하고, 임금격차도 계속 축소되는 것이 명확하다면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투자할 이유가 당연히 줄어든다.

하지만 지난해 45조원에 이르는 우리나라 교육예산 중 직업교육에 투입된 부분은 1%에 불과하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9%에 달하는 엄청난 돈을 취업도 제대로 안 되는 대학 교육을 위해 투입하고 있다. 이제는 대학을 대신할 양질의 직업전문학교 및 취업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의 구축으로 이런 낭비를 막아야 한다.

서 동 록 맥킨지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