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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총리 또 독설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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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레제프 에르도안

“시오니즘, 반유대주의, 파시즘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혐오는 반인류 범죄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한마디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들쑤셔 놓았다. 방점은 이슬람 혐오가 아니라 시오니즘에 찍힌다. 시오니즘이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 민족국가를 건설하자는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이다. 이를 파시즘과 같은 반인류 범죄와 나란히 놓았으니 이스라엘은 물론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까지 터키를 공격하고 나섰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엔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음험하고 허위에 찬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토미 비터 대변인도 에르도안의 발언이 “공격적이고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의 이스라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 땐 “인종 청소 행위”라며 이스라엘을 테러 국가라고 비판했다. 에르도안의 이런 행보가 아랍권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이용해 터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리아 내전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중동 순방에 나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첫 임무부터 난관 속에 시작하게 됐다. 케리 장관은 1일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에르도안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으며 또한 무례하다고 생각한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이날 에르도안 총리와 만나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한편 미국의 우려를 명확히 전달”했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군사동맹 관계였지만, 2010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을 공격해 터키인 9명이 사망한 뒤로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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