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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엔저 영향은…“자동차는 대박, 전기·전자는 글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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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 23면

아시아 최대 건축자재그룹 릭실의 이우에 도시마사 글로벌 담당 사장. 마쓰시타 고노스케 파나소닉 창업자의 손자뻘이다. [사진 릭실]

아시아 최대 건축자재그룹인 릭실(LIXIL)이 지난달 한국에 진출했다. 릭실은 일본 1위 주택용 새시업체인 토스템과 2위 변기업체인 이낙스(INAX), 미국 1위 변기업체인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아시아 부문 등 일본과 해외 20개 업체의 지주회사다. 이 회사는 2008년 시작된 엔고(円高)에 힘입어 7개 해외 기업을 인수, 지주회사 기반을 만들었다. 한국 지사 설립을 위해 이우에 도시마사(井植敏雅ㆍ51) 릭실 글로벌 담당 사장(CEO)이 지난달 한국을 찾았다. 그는 “릭실이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변기와 건축자재 아시아 1위 그룹”이라며 “투자 여건과 인재가 많은 한국을 거점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건축자재그룹 일본 릭실, 이우에 도시마사 글로벌 담당 사장

그는 일본 1위 전기업체인 파나소닉의 창업자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회장의 손자뻘이다. 아들이 없던 마쓰시타 회장은 처가 인척을 경영에 활용했다. 이우에 사장의 할아버지는 마쓰시타 부인의 남동생인 이우에 도시오(井植歲男)다. 그는 파나소닉의 임원을 지내다 47년 산요전기를 창업했다. 산요전기는 69년 삼성전자와 합작, 한국에 삼성산요전기를 세웠고 70년부터 흑백TV를 생산했다. 오늘날 삼성전자 가전부문 기술의 어머니 격이다. 산요전기는 2000년대 리튬 이온 2차 전지에 주력하다 거액의 투자가 필요해지면서 2009년 파나소닉에 인수됐다.

릭실의 지난해 기준(2013년 3월 말) 연결 매출액은 1조4000억 엔(약 16조원) 정도다. 이 가운데 주택용 새시의 토스템, 욕실ㆍ주방제품의 이낙스, 시스템키친의 선웨이브 등 8개 계열사가 모두 일본 점유율 1, 2위다. 한국에는 아메리칸 스탠더드 코리아, 이낙스 브랜드의 변기ㆍ타일 총판인 릭실코리아, 엘지하우시스와 합작한 새시 전문 엘지토스템이 있다. 한국 사업은 릭실코리아 이성철 사장이 총괄한다. 다음은 이우에 사장과 일문일답.

-일본에서 보기 드문 지주회사인데.
“일본 내 매출이 80% 이상인 사업구조를 바꾸고 해외로 나가기 위해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투자와 의사결정체제가 필요했다.”

-해외 진출 전략은.
“릭실은 일본 건축자재 시장의 모든 분야에서 1, 2위인 최대 기업이다. 그간 일본 시장에 안주해 결과적으로 해외 진출이 늦어졌다. 일본 시장은 이미 성숙기라 성장이 쉽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두드러진 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일본 릭실을 그대로 해외로 옮기는 게 아니라 현지에 적합한 강한 릭실을 만드는 게 목표다. 한국의 이성철 사장을 포함한 글로벌 임원의 절반이 외국인이다.”

-한국 지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일본과 동남아에 치우친 사업을 앞으로는 글로벌 3개 권역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첫째가 거대 중국권(중국ㆍ대만ㆍ홍콩), 둘째는 아세안권(인도남아시아ㆍ호주), 셋째가 한국권이다. 각 지역에 흩어진 계열사의 판매ㆍ제조회사를 이 세 지역의 CEO가 총괄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완결형 구조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한다. 특히 한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은 ‘빨리 빨리 경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었던데.
“엔고 덕분에 2009년 미국 변기 1위 업체인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아시아·태평양 부문을 인수했다. 2011년에는 커튼월(고층빌딩 외벽 시공) 세계 최대업체인 이탈리아 퍼마스틸리사, 중국 3위 업체의 상하이메이트를 사들였다. 지금의 엔저는 고통스럽다. 원자재의 70% 이상을 수입한다. 대표 제품인 알루미늄 새시 원자재는 전량 수입한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한국 시장 전망은.
“한국은 2009년까지 아메리칸 스탠더드의 가장 큰 시장이었다. 이후 중국과 아시아 신흥국에 밀렸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는 점을 살려 2015년 매출 1000억원 돌파가 목표다. 한국 기업들의 많은 해외 진출도 기회다. 한국 건설업체가 베트남에서 공사할 때 예를 들어 보자. 릭실코리아가 한국에서 수주를 하고 제품은 릭실의 아시아 공급망에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매우 효율적이다. 현재 한국이 각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강점도 살릴 수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엔저정책으로 제조업이 살아나는가.
“현재 일본은 경제부흥으로 들떠 있다. 과거 5년간 혹독한 엔고에도 흑자를 내온 도요타ㆍ닛산 같은 자동차업체들은 엔저로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수익을 못 내 투자까지 줄여 온 전기ㆍ전자업체들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세계의 전기ㆍ전자시장은 한국의 삼성전자 같은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한국은 일본보다 투자 효율성 앞서
-산요전기 사장을 지냈는데, 일본 전기업체의 부활은 가능한가.
“일본 전기업체들은 그동안 투자 집중도에서 한국에 뒤졌다. 100을 투자한다면 일본 기업은 현재 유지에 50, 신기술에 25, 과거 자산(또는 특허) 지키기에 25를 배분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은 중·단기 신기술에 100%를 집중했다. 실패하면 망할 위험이 크지만 결과적으로 효율적이라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까진 일본과 한국이 서로 경쟁만 했지만 앞으로는 양국 기업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는 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 높이기 경쟁을 위한 출혈이 크다고 본다.”

-2009년 릭실로 옮긴 이유는.
“일본 건축자재산업이 내수에 국한됐다는 게 매력이었다. 일본 주택이나 건물을 보면 다양하고 훌륭한 콘텐트가 많다. 산요전기에서 익힌 해외 진출 전략을 접목해 성장시키고 싶었다. 얼핏 보면 가전과 릭실의 욕실제품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된다. 돈의 출처는 한 가정에서 나오고 화장실 수리와 새 가전제품 구입은 같은 고객이 결정한다. 건축자재도 가전도 큰 차이는 없다.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비즈니스는 동일하다.”

-경제위기와 건축자재 시장의 영향은.
“여파가 상대적으로 작다. 각국마다 현지 회사가 강하다. 글로벌 회사들의 점유율이 적다. 전 세계 어떤 나라에도 화장실과 욕실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모든 제품을 내놓는 업체는 드물다. 지역마다 화장실 문화가 달라서다. 변기 위주로 글로벌 확대를 했던 미국의 아메리칸 스탠더드도 해외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재 금융펀드가 인수했다. 다행히 릭실은 변기 이외에 새시나 외벽 자재 같은 폭넓은 상품을 갖췄다.”



이우에 사장 일본 거대 전기 메이커인 산요전기 사장 출신. 1989년 산요전기에 입사했다. 96년에 소프트웨어 부문 대표, 2005년 총괄 대표이사를 맡았다. 일본 고난(甲南)대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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