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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그로미코」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0일 하오에 있었던 「존슨」 미 대통령과 「그로미코」 소련 외상사이의 1시간45분 동안의 회담은 여러모로 주목될 만한 것이었던 것 같다.
백악관공보비서는 『많은 상호관심사가 검토되었다』고만 밝히고 있으나 마침 이 회담이 지난7일의 「즌슨」 미 대통령 「뉴요크」 연설에 대한 소련 측의 공식적 반응을 측정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시 될 만하다. 비록 미국은 이 회담에서 월남전쟁의 해결책에 있어서 그들이 소망한대로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을지 모르나 핵무기확산 금지협정이나 전체의 평화적 이용 보장책 같은 문제에 있어서는 뚜렷한 상호합의가 이루어 졌으리라는 것이 일반의 관측이다.
그런데 「존슨」 미 대통령은 지난7일 「뉴요크」의 「카네기·센터」에서 열린 전 미국 논설기자회의에서 동서의 긴장완화와 융화 및 철의 장막의 양편에 있는 병력을 점진적으로 삭감할 것을 호소하는 대략 다음과 같은 요지의 연설을 하였었다. 즉 ①양진영의 병력을 점진적으로, 또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줄일 수가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정치적 상황의 형성에 서서히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②구라파의 융화를 도모하기 위해 핵무기확산금지협정의 실현에 노력한다. ③비 전략 품목에 대해 동서무역의 수출규제를 축소시킬 용의가 있으며 「워싱턴」 수출입은행은 「폴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동구 4개국에 상업차관공여의 보장을 준다. ④소련과의 민간항공협정체결교섭을 현하 진행 중이나 「아시아」 공산권제국과의 여행제한도 완화할 용의가 있다.
동서의 새로운 화해를 위한 위와 같은 「존슨」 연설에 소련 측이 호의적인 반응의 입증이라고 볼 수 있는 「존슨」·「그로미코」 회담은 따라서 어떻게 보면 거년 봄의 월맹폭격이내로 얼어붙었던 미·소 관계에 한 큰 전기를 이루어놓았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한편에서는 동·서구의 경제적 접근으로부터 정치적 화해의 분위기를 익혀가면서 현안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가자고 한 이번 「존슨」연설이 이미 선수를 친 「드골」노선과 그 성격에 있어서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에 그것은 실질적으로 구주에 있어서의 미·불간의 주도권 쟁탈전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보이기도 한다. 치열한 경합은 이제 피할 길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설혹 그런 정치적 동기나 목적이 있었다할지라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국의 제제 안에 소련이 신중하나마 상당한 호의를 표시해 온 이번 「존슨」·「그로미코」회담의 의의는 경감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아시아」에 있어서의 중공을 비롯한 광신적이고 호전적인 교조주의 공산세력에 대해서도 이 회담은 그들의 고립을 촉진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의 소망은 이번 회담이 「아시아」에서, 특히 남북월남의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무모하고 승산 없는 전쟁을 하루빨리 포기하게 하는 심리적 촉진제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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